[MT리포트] 52시간제 한 달 "저녁은 있는데 밥이 없다"

조성훈 기자, 정혜윤 기자
2018.07.29 16:35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 식품업계 생산직 임금감소, 인력부족에 허덕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주 52시간 근무 제도 시행가 시행된 2일 오전 서울 중구 시내의 한 기업 건물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18.07.02. taehoonli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경동시장 내 닭고기 도매상점에 생닭이 진열돼 있다. 2017.9.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 52시간근무제 시행으로 야근이나 주말 특근이 줄면서 월급이 20%나 줄었다. 고3, 고1 아이가 있는데 학원비 낼돈도 없어 걱정이다. 솔직히 밤에 대리기사라도 해서 벌이를 하고싶지만 공장이 시골에 있어 그마저도 어렵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 (음료회사 직원 김모씨)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 지 한 달, 빙과·주류·음료 업계는 표면적으로는 큰 혼란을 겪지 않았다. 몇달 전부터 성수기에 대비했고 3개월 탄력근무제를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직 근로자들은 불만이 팽배해있다. 저녁은 생겼지만 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매출이나 수익성이 낮아 직원 급여도 적은 편이다. 52시간 근무제 이후엔 근로시간마저 줄면서 20~30%가량 급여하락이 발생하고 낮은 급여로 신규채용이 안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여름 보양식의 대표주자인 닭고기 가공 업체의 경우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삼계탕 수요가 치솟는 복날시즌이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생산량마저 줄여야할 판이다.

하림 관계자는 "근무 시간 단축으로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닭고기 가공공장이 주로 농촌지역에 몰려 있어 젊은 정규직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면서 "다행히 인근 대학 학생들이 방학이어서 지역에서 아르바이트생 채용을 늘렸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식품 업계는 계절성이 큰 만큼 현행 3개월인 탄력근무제를 최소한 6개월 이상으로 늘려 근로자가 적정 임금을 보전하고 기업도 인력채용 부담을 줄이도록 해야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사무직 종사자들이 오후 5, 6시께 퇴근하고 자기개발을 하는 것은 딴 세상 이야기"라면서 "정부가 노동자와 기업 입장을 감안해 유연하게 제도를 손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기업 사무직들은 퇴근 시간이 빨라져 대체적으로 만족감이 높아졌다. PC오프제가 정착돼 눈치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어졌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연장 근로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유연근무제도 도입돼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밀도있게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홍보·영업직군은 아직 명확한 지침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주류업체 한 관계자는 "홍보팀과 영업팀이 문제"라며 "회사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저녁시간대 영업을 하러 다니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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