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제2의 홍종학법이 될 것 같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업계 의견을 묻자 대뜸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불편해소와 내수진작, 고용창출을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업계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면세점 정책이 또다시 '산으로 가고 있다'는 반응이다.
문 대통령이 밝힌 입국장 면세점 도입 취지는,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에 국민들이 시내 또는 공항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여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한 야당의원도 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상식선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민들이 국내 면세점을 외면하는 게 여행기간 면세물품 휴대가 불편해서일까? 그보다는 1인당 600달러로 제한된 면세한도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매년 25만쌍 이상의 신혼부부들이 명품시계, 명품가방 한 개쯤은 혼수로 구입하는 게 예사인 시대다.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려 한다면 이들을 국내 면세점 고객으로 만드는 게 더 빠른 길이다. 쥐꼬리 한도를 정해놓고서 국내 면세점을 이용하라고 요구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면세품 600달러 제한은 너무 적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중국 8000위안(약 1165달러), 일본 20만엔(약 1800달러), 미국 1600달러 등 주변 국가들의 면세 한도도 우리보다 높다. 지난 4월부터는 신용카드로 해외에서 600달러 이상 물품 구매시 관세청에 통보되는 등 규제도 강화됐다.
제도와 현실이 어긋나면 편법이 난무하게 된다. 해외 여행시 외화반출 한도가 1만 달러인 만큼 명품은 해외에서 현금으로 사면되고, 카드도 600달러 이하로 쪼개 쓰면 된다는 노하우가 인터넷카페에서 공공연히 나돈지 오래다.
입국장 면세점을 중소중견 기업에게 허용하겠다는 주장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인천공항이나 서울시내에 설치된 중소중견 면세점들이 이미 상당한 손실을 기록 중이고 일부는 이미 사업을 접었다. 중소중견면세점은 입국장 면세점을 따낸다 해도 해외 브랜드 유치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담배, 화장품, 주류장사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 상품 구색으로는 십중팔구 임대료조차 부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거대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기내 면세점과의 경쟁을 이겨내리라는 보장도 없다. 공항공사만 임대료 장사로 재미를 보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뜻이다.
엉뚱한 진단과 처방에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가 업계에 혼선을 초래하고 현재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홍종학법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책의 말로는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