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 사업을 하고 싶은데 이거 하면 가방 팔면서 번 돈 다 날릴 것 같아. 근데 내셔널지오그래픽 옷 브랜드 꼭 하고 싶거든. 이 사업 해도 될까?”
‘Z세대 교복’으로 불리는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론칭하기 전인 2015년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아내에게 이 같이 물었다. 아내는 답했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면서. 그냥 편하게 하세요. ”
2020년 패션 불황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패션가를 강타하며 ‘원 톱’ 브랜드로 등극했다. 패션업계가 보릿고개를 넘는 동안 더네이쳐홀딩스는 매출액이 23.9% 증가한 2915억원으로 3000억원에 육박했으며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55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론칭한 지 5년 만이었다.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사업을 시작했다. 소형 가전 사업을 하며 돈을 꽤 벌었고, 평소 관심 있던 영국의 자선단체 브랜드 ‘왓에버 잇 테익스(What ever it takes)’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왓 에버 잇 테익스'는 전 세계 800여명의 영화배우, 가수가 자신의 초상권을 제공하고 그 초상권을 사용해 브랜드를 전개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이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패션도 화장품 제품도 출시하려 했는데 자선단체라 생산 조건이 까다로웠다. 라이선스 취득 후 3년간 제품을 단 한 개도 만들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소형가전 사업에서 번 돈을 다 까먹으면서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
돈도 못 벌고 고전하던 와중에 ‘왓에버 잇 테익스’와의 인연으로 어느날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 라이선스를 이용한 가방 사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픽 가방을 출시했는데 시장 반응이 좋았다. 2013년 비즈니스 백팩, 2014년 캠핑용품으로 영역을 넓히며 라이선스를 확대했다. 2015년 여행용 캐리어를 출시했는데 더 잘 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노란 박스에 뚜렷한 내셔널지오그래픽 글자를 무기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옷을 만들겠다고 하자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고 크게 쓴 옷을 누가 입겠냐는 반응이 많았다. 박 대표는 패션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대신 “남들이 좋아하는 옷”에 집중했다. 패션을 잘 몰라 서울대 최고위 과정을 다니며 중국과 동남아의 공장을 돌며 직접 생산을 총지휘했다. 2016년 첫 출시부터 반응이 괜찮았는데 2018년부터는 상당히 좋은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단순히 ‘로고’만 부착한 옷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 옷을 통해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가 지향하는 철학을 구현하고 이미지를 투영한다는 것이다. 그 매력에 그가 빠져들었던 것처럼, 한국의 MZ세대(18세~34세)도 열광한다는 설명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로고를 보면 노란 스퀘어(네모 상자)를 보게 됩니다. 그 창을 통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지향하는 모험과 탐험, 세상을 보는 창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거죠. 이런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동경을 이끌어냅니다. 지금도 NG 소아이어티는 1년에 1000억 달러씩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소비자분들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치를 더 많이 생각하고 계신다는 걸 현장에서 느낍니다. ”
1800년대 설립된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는 33인의 과학자가 지구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모험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누적된 모험과 창의성, 그리고 기록의 역사, 지구를 위한 활동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가진 독보적인 유산이다. 한국에서 더네이쳐홀딩스는 통해 탄생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이지만 미국 디즈니 본사의 엄격한 감독 하에 옷을 생산하는 이유다. 제품의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내셔널지오그래픽 미국 본사의 확인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라이선스 패션은 제2의 창조”라며 “라이선스로 가져온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녹여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브랜드 가치가 옷에 잘 녹아들어갔던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해외 진출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디즈니 매장에 입점했고 올해는 홍콩에서 3개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대만에서도 반응이 좋아 올해는 주문이 작년 대비 2배로 들어왔다. 이천 물류 센터가 완공되면 수출 물량을 더 늘릴 계획이다. 중국 진출도 검토 중이다.
그는 “패션에는 유행이 있고 정상에 오르면 내려갈 길밖에 없다고 하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글로벌 감각을 갖춘 브랜드로 롱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