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크림과 에어쿠션'을 앞세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K-뷰티가 지난해 독일을 누르고 세계 3위로 올라섰다. 2020년 국내 화장품 수출규모가 75억 달러로 가전, 휴대폰, 의약품을 제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면서 프랑스, 미국에 이어 당당히 세계 화장품 수출 세계 3위가 된 것이다.
'세계 3위 수출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K-뷰티가 처한 상황은 위기나 다름없다. 수출 규모 자체는 늘었지만 전체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K-뷰티의 경쟁력이 밀리면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더페이스샵, 메디힐 등 중저가 브랜드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도 프랑스, 일본과 비교해 둔화되고 있다.
한류열풍과 함께 중국에서 '메이드인코리아'라면 믿고 샀던 시대가 끝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하에 지난 5년간 C-뷰티 브랜드가 무섭게 성장해 K-뷰티의 입지를 잠식했다. 이미 중저가 시장에서는 K-뷰티의 전성시대가 끝났으며 럭셔리 시장에서도 유럽 화장품과 일본 화장품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사실 화장품 수출이 가전과 휴대폰을 앞설 정도로 크고 중요한 수출산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 또한 반도체나 휴대폰, 가전제품 산업만큼이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K-뷰티는 이제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브랜드가 아닌 랑콤, 샤넬, 에스티로더, 시세이도와 같은 글로벌 굴지의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데 럭셔리 화장품 시장은 더 많은 연구개발과 자본,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2016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K-뷰티는 날벼락같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그 후 이어진 한중관계 경색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업종 중 하나다.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으로 인한 피해는 개별 K-뷰티 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제2의 에어쿠션' '제2의 비비크림'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은 물론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 개선, 산업 인프라 구축 등 K-뷰티의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감성소비재'인 럭셔리 화장품을 키우기 위해서는 IT산업에 버금가는 투자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