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 시작되고 인플레이션 시대가 열리면서 e커머스 업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비대면이 생활의 일상이었던 지난 2년간 덩치를 키우며 출혈 경쟁에 나섰던 업체들은 성장 둔화,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맞닥뜨리게 됐다.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은 둔화됐다. 지난 3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성장률은 7.9%로 지난해 3월(15.2%)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패션의류, 스포츠 카테고리에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기에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e커머스 업계의 대위기가 예상된다. 우선 인건비, 물류비가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택배비 인상에 이어 최근 들어 배달비가 천정부지로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운송, 배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운송 인력은 부족하다. 유류비 등 물류비용도 오르기 시작했다. 인건비, 물류비가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 역시 e커머스 업계에 불리하다. e커머스 사업구조는 주로 판매 수수료를 내고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판매자)들이 경쟁을 통해 제품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형태다. 오프라인 채널보다 낮은 수수료와 셀러들이 낮은 수익을 감수하며 가격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여서다. 사전 대량매입으로 매입가를 낮출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와 대비된다.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낮은 가격에 대규모로 제품을 확보하고 대용량 재고를 가져갈 수 있는 대형 사업자들은 할인 폭을 늘리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최근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생활물가 안정 프로젝트' '반값 OO 행사' '초특가' '초가성비' 이벤트를 펼치는 이유다.
물가 인상이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치며 필수 소비재 중심의 구매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온라인 쇼핑에는 유리하지 않다. 식품, 생필품 등 필수소비재 구입을 위해서는 여전히 대형마트나 슈퍼,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새벽배송 등 온라인 식품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라인 침투율이 빠르게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고성장을 기반으로 '적자' 운영을 해 온 업계에 금리 인상은 더욱 부담이다. 이자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투자, 운영을 위해 자금 조달 수요가 높은 이들 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이미 이른바 '빅스텝'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잇단 기준금리인상으로 자본시장 위축이 시작됐다.
문제는 리오프닝, 인플레이션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위기의 시간은 지금부터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아마존, 쿠팡 등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지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월마트, 신세계, 롯데쇼핑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리오프닝 주(株)'로 주목받는 것과 대비된다. 봄이 왔지만, e커머스 업계의 봄은 가고, 오히려 겨울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