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금 갚고 또 빌려 '악순환'…임대료보다 힘든 대출이자

지영호 기자, 김성진 기자, 유예림 기자
2023.04.07 05:40

위기에 빠진 자영업
재료 값 올랐는데 수입 그대로
저금리 정책자금 신청은 전쟁

서울 국회의사당 앞 사무실 건물 지하1층 국밥집 사장은 '대출 부담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밀린 세금을 내야 대출 심사를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미 수천만원 대출이 받고도 임대료, 인건비에 세금까지 고정비용이 너무 커서 대출을 더 받아야 하는데 세금 떄문에 어려우니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납세를 했다. 사장 홍모씨는 32년 국밥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고 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밀린 세금부터 내야 대출 심사라도 받죠."

서울시 영등포구 서여의도에서 32년간 국밥집을 운영해온 홍모씨는 자영업자 대출금 얘기가 나오자 기자에게 일단 자리에 앉으라며 의자부터 내줬다. 그는 "대출금 때문에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며 "매달 고정비는 나가는데 매출은 줄고 있어 대출금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홍씨는 매달 고정비용으로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대출이자 등으로 2000만원씩 지출한다. 제법 장사가 잘 되는 상권이어서 다른 곳에 비해 매출이 나오는 편이지만 여전히 고정비용을 벌기에도 벅차다. 그는 최근 이자를 낮추기 위해 정부 지원금을 1000만원 받았는데 이중 절반을 세금 내는데 썼다고 했다. 홍씨는 "미납 세금이 있으면 대출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세금부터 갚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출 또 받으려 세금 갚아...끊지 못하는 대출 족쇄

지난 4일과 5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여의도, 마포, 강남, 종로, 건대 등 주요 상권 5곳의 자영업자들을 취재한 결과 홍씨처럼 대출금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늘린 대출에 대한 월 이자는 처음 빌렸던 시점보다 대부분 2배 정도를 부담하고 있었다. 여기에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도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만큼 수입이 생기지 않자 빚내서 빚을 막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모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정부지원대출을 2번, 개인신용대출을 1번 받아 모두 7500만원의 빚이 쌓여 있는데 이자율이 2~5%대에서 3~8%대로 뛰면서 매달 원리금 포함 수백만원의 돈을 갚고 있다. 조씨는 "이자부담을 안고서라도 대출을 받는 것은 고정지출 때문"이라며 "인건비로 월 1000만원 넘게 나가고, 부가가치세는 반년마다 1000만원씩 납부한다"고 토로했다.

종로에서 1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주모씨도 7000만원의 대출이 막막하기만 하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려고 대출을 받았는데 아직 갚을 여력이 생기지 않아서다. 그는 직원 월급과 임대료가 몇달치 밀려 있다고 했다. 주씨는 "마음 같아선 주말에도 일하고 싶지만, 직장인 상대로 하는 상권이다보니 문을 열어도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대 상권과 성동구에서 술집을 각각 운영했던 김모씨는 2년전 성동구 술집을 정리했다. 권리금이라도 받고 적자를 메우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매달 500만원씩 나는 적자를 감당하기 벅찼다. 저축한 돈과 대출금을 포함해 1억3000만원으로 적자를 메우면서 지금까지 버텼다. 40대인 김씨는 "월 수입이 생기면 어떻게 쓸 지 표로 정리하는데 대출금 상환, 인건비, 재료비 등 빼고 나면 내가 가져갈 돈이 없다"며 "아직 미혼이라 돈이 들어갈게 없는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또 대출받아야 생활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4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한 소상공인은 36.2%다. 월 평균 200만원 이하로 번다는 사업장 31.1%를 합하면 자영업자 3명중 2명은 최저임금(월 201만원)에도 못미치는 수입으로 살고 있단 뜻이다. 금융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52.2%로 임대료(16.7%)를 훌쩍 뛰어넘는다. 금융비용 부담이 크다는 답변은 수도권(45.6%)보다 지방(56.4%)이, 창업 초기(3년 미만 41.3%)보다 안정기(7년 이상 54.9%) 자영업자에서 많이 나온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경기 회복 속도가 늦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폐업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대출액을 늘린 것이 족쇄가 된 셈이다.

◇저금리 정책자금 신청 전쟁...1년치 이미 소진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리가 낮은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은 매번 신청 전쟁이 벌어진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저신용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상공인 전통시장 전용자금의 경우 지난달 20일 3차 신청만에 올해 책정액인 8000억원을 모두 소진했다. 1차에는 홈페이지가 마비됐고, 이후 차수에도 13~14분에 마감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저신용자 대출이다 보니 대상이 되기 위해 스스로 신용점수를 깎는 사례도 발생했다.

정부도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자영업자·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개편해 개인사업자와 소기업까지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고 대환한도도 최대 2억원까지 확대했다. 또 은행권을 압박해 시중은행 금리인하를 이끌어낸데 이어 내수활성화 대책을 통해 소비 확대를 유도 중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단체들은 금리인하가 신규대출에만 적용되는 등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자영업자 맞춤형 대책이 빠진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지금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응급처방의 부재가 아쉽다"며 "골목상권 활력과 소상공인 경영여건 개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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