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뷰루마불, 오프라인 영토전쟁(上)

AI(인공지능)가 소비자 취향을 정교하게 추천하는 초개인화 쇼핑 시대. 뷰티·패션 플랫폼들의 경쟁은 가장 비싼 오프라인 핵심 상권으로 향하고 있다. 무신사와 올리브영이 성수와 홍대에서 걸어서 2분도 채 걸리지 않는 초근접 입지를 두고 맞붙은 데 이어 에이블리까지 오프라인 확장에 나서면서 서울 핵심 상권을 둘러싼 이른바 '뷰루마불(뷰티·패션+부루마불)'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홍대 홍익로 18과 성수 연무장길 87에 뷰티 전문 매장 출점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서 올리브영은 홍대에서 무신사 뷰티 전문 매장과 한 건물 차이인 홍익로 20에 새로운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성수에서도 무신사 예정지에서 걸어서 2분 이내 거리인 뚝섬로17가길 55에 신규 매장 출점을 검토하며 핵심 입지 선점에 나섰다. 상권보다 밀접한 동일 동선을 놓고 정면 승부를 벌이는 구도다.
온라인 패션뷰티 플랫폼 에이블리도 오프라인 도전에 나선다. 올해 하반기 성수에 첫 상설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으로 전국에 10여개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에서 성장한 플랫폼들이 잇달아 오프라인으로 무대를 넓히면서 홍대와 성수는 플랫폼 경쟁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경쟁의 기준이 상품과 가격에서 '입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홍대는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소비층이 가장 많이 찾는 상권이고 성수는 패션·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팝업이 밀집한 트렌드의 중심지다. 핵심 입지를 선점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성수·홍대 상권의 뷰티·패션 플랫폼 오프라인 거점은 예정 매장을 포함해 30여 곳. 이 가운데 24곳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문을 열었거나 개점을 앞두고 있다. 과거에도 개별 브랜드 매장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플랫폼이 상권 단위로 거점을 잇달아 구축하며 소비자 동선과 브랜드 경험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진출 성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브랜드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쇼케이스이자 신제품을 체험하는 공간, SNS(소셜네트워크) 콘텐츠를 만드는 무대, 글로벌 관광객과 만나는 접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들이고 오프라인 경험을 다시 온라인 구매로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의 핵심 거점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알고리즘이 취향을 연결해도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은 결국 공간과 경험"이라며 "홍대와 성수 중심으로 플랫폼의 오프라인 진출은 매장 수를 늘리는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 영향력과 고객 접점을 선점하기 위한 영토전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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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번이면 원하는 상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시대에도 유통 플랫폼들은 오프라인에 베팅하고 있다. AI가 온라인 쇼핑을 편리하게 만들수록 오히려 소비자는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찾고 플랫폼들은 이 경험을 온라인 구매로 연결하는 데 집중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핵심 상권의 플래그십 매장은 판매 공간보다 브랜드를 경험하는 쇼룸이자 온라인 고객을 확보하는 거점으로 활용한다. 특히 뷰티·패션 분야는 직접 경험해야 하는 대표적인 경험재다. AI가 피부를 분석하고 상품을 추천할 순 있지만 향을 맡고 핏을 살피고 색상을 비교하며 제품을 경험하는 것까지 대신할 순 없어서다.
플랫폼 기업들은 오프라인 공간에 주목한다. 매장을 통해 온라인 성장까지 끌어내는 전략이다. 대표 사례가 4월 성수동에 처음 통합매장으로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다. 개점 후 50일간 거래액이 70억원을 넘겨 매출로 성공을 거뒀지만 이 성과가 오프라인에 머물지 않았다. 개점 후 온라인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고 신규 회원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매장을 찾은 관광객이 온라인 고객으로 전환되며 온·오프라인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무신사는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만들었다. 매장에서 글로벌 스토어 가입 고객에게 선물을 주고 여권 인증 고객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식이다. 여행 중 방문한 매장 경험이 귀국 후 온라인 구매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에이블리가 10월 선보이는 첫 매장도 온·오프라인의 연결을 강화한다. 취향을 찾고 발견하는 공간을 목표로 체험 요소에 집중하는 구성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앱에서 경험했던 쇼핑 경험을 오프라인에 이식하고 성별, 연령, 취향 등 앱의 자료를 분석해 쇼룸 진열에 반영하는 타깃팅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플랫폼이 오프라인에 투자하는 이유는 판매보다 경험, 고객 유입에 있다. 특히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1020세대에게 오프라인이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각인시키는 것이 포인트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식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플랫폼의 오프라인 투자를 이끄는 배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20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고 온라인 쇼핑을 한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움과 재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검색광고나 SNS 광고가 기업 홍보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핵심 상권의 플래그십 매장이 가장 강력한 광고판이 됐다는 평가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에서 시작된 오프라인의 마케팅 효과가 플래그십 매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경험이 고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