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겨울만 기다린 백화점…이대로면 '천수답' 된다

김민우 기자
2024.11.27 05:10

천수답. 빗물에 의해서만 벼를 심어 재배할 수 있는 논을 의미한다. 근처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기우제를 지내는 것뿐이다. 최근 백화점을 보면 '천수답'이 돼버린 것 같다.

지난 9월 '추석폭염'이라는 이례적인 기상현상이 찾아왔다. 전국에 기상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9월이었다. 월 평균기온이 24.7도로 평년보다 4.2도나 높았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도 6일로 역대 가장 길었다. 밤 최저기온이 25도인 열대야일도 4.3일로 역대 9월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예상치 못한 더위에 가장 당황한 건 백화점 업계다. 아웃도어(야외활동복), 스포츠, 여성·남성 패션, 아동, 골프 등 의류 매출 비중이 40~50%를 차지하는데 그 중 가을과 겨울이 가장 대목이다. 여름옷보다 상대적으로 가을옷과 겨울옷의 단가가 높은 탓이다. 하지만 고물가와 고금리에 가을까지 이어진 더위까지 겹치면서 가을 장사를 망쳤다. 이는 고스란히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백화점 업계는 4분기 만회를 다짐하며 일찌감치 가을옷 장사를 접고 겨울옷 판매에 사활을 걸었다. 때마침 올겨울 춥다는 기상청의 전망이 나오면서 백화점 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기상청은 지난 22일 '3개월 기상전망'을 발표하면서 올 겨울 평년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달 말 기상전망을 발표할 때만 해도 올겨울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한 달 만에 뒤바뀌었다. 백화점은 벌써 4분기 실적악화를 다시 걱정하고 있다. 이미 일선 현장에선 심상찮음을 느낀다. 이달 중순부터 실시한 정기세일 기간 패션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10%가량 감소했다.

한반도 기후변화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아열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뚜렷했던 4계절의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의 매출 방정식은 수십년째 그대로다. 패션에 매출 비중의 절반이 좌우되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매출의 20% 비중을 차지하는 명품 열풍이 식어버린 지금 백화점은 하늘(날씨)만 바라보며 영업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않으면 백화점은 '천수답'이 될 수밖에 없다.

김민우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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