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간 저희 밥 먹고 늠름해진 모습으로 가는 걸 보면, 제가 키운 아들 같아 흐뭇하더군요."
지난 3일 오전 충남의 한 육군훈련소 식당. 훈련병 2700명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동원홈푸드 소속 김보영 책임영양사는 '특별한 장소'에서 일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한켠에 예닐곱 명의 직원이 미니버거와 닭강정을 포장하느라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훈련소 내 신규 공간 개장을 기념해 작업에 투입된 병사들을 위해 준비하는 특식이었다. 김 책임 영양사는 "요즘엔 훈련소 간식으로 초코파이만 먹던 시절은 지났다"며 웃어 보였다.
한때 '짬밥'으로 불리던 군 급식은 민간 전문 위탁 운영 체제로 전환되면서 Z세대 장병 입맛을 저격하는 '미식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군 급식이 민간에 개방된 첫해인 2021년부터 이곳의 운영을 맡아온 군 급식 시장의 '퍼스트 무버'다. 그만큼 현장 노하우도 탄탄하게 쌓였다는 평가다.
이 곳의 식단표는 군 급식의 틀을 깬다. 마라탕부터 밤티라미수, 명란소스 가라아게, 오차츠케 등 트렌디한 메뉴가 등장하고 추가 간식으로 단백질 쉐이크가 나온다. 피자와 치킨 등 특식도 맛볼 수 있다. 주요 프랜차이즈들과의 협업한 결과다. 훈련병들 사이에서 '맛도리 성지'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군 관련 커뮤니티에 "이 연대에 가면 기수마다 피자를 준다더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덕분에 매달 실시하는 만족도 조사 결과는 5점 만점에 4.8점이다. 잔반량도 일반 단체급식의 절반 수준인 1인당 하루 130g(3~4수저)에 불과하다.
비결은 SNS(소셜미디어)다. 2000년대생 영양사들과 함께 '흑백요리사' 등 화제의 콘텐츠를 참고해 주기적으로 신메뉴를 올린다. 김 책임영양사는 "밤티라미수와 명란 가라아게도 이를 참고해 만든 메뉴"라고 설명했다.
군대라는 특수 환경상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장병 1인당 식비는 1만3000원으로 책정돼있는데 그나마 이 중 20%는 운영 경비로 사용된다. 여기에 지역산 식자재 의무 사용과 하루 3000㎉의 권장 섭취량 충족, 영양 균형 확보 등 숙제가 만만치 않다. 문제를 푸는 비결은 동원그룹의 식자재 구매력에서 나온다. 연간 2조5000억원 규모의 구매력과 1만5000여개의 표준 레시피를 갖춘 동원홈푸드는 물론 동원산업, 동원F&B 등 동원그룹의 역량이 집결된 결과라는 게 김 영양사 설명이다.
김 영양사는 "실내 교육 때는 소화가 잘되는 식단을, 야외 훈련 시엔 고단백 고기류를 배치하는 등 교육 과정에 최적화된 메뉴를 구성할 수 있다"며 "무슬림 훈련병을 위한 할랄푸드 기반 메뉴나 알레르기가 있는 훈련병에는 맞춤 식단을 개별적으로 마련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영양사는 최근 훈련소 생활을 마친 한 훈련병이 손으로 적어 건네준 편지를 보여줬다. '어머니가 살이 왜 이렇게 쪘냐고 물으실 정도로 잘 먹었다'며 '다음 기수에게도 맛있는 식사를 부탁한다'는 감사 인사가 담겨 있었다. 김 영양사는 "이런 편지를 받을 때마다 아들을 키워낸 기분"이라며 "장병들이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로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부모님들께도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