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기업들이 개별 기업 단위의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에서 벗어나 업종별 AI 모델 구축에 눈을 돌린다. 각자도생식 AI 전환이 어렵다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협동조합과 업종별 단체를 중심으로 모이는 '공동 AX'가 한계를 넘을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8일 이같은 내용을 주제로 '중소기업 신성장동력, AI 전환 확산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국내 중소기업의 AI 활용률은 2017년 0.2%에서 2023년 4.5%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대기업은 1.0%에서 13.5%로 뛰며 격차가 확대됐다. 특히 중소 제조업의 AI 활용률은 2.5% 수준에 머물렀다.
중소 제조기업들은 공정 자동화·생산 계획 최적화·품질 관리 등을 위해 80% 가까이 AI 도입과 스마트공장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투자 단계에서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초기 구축비(CAPEX)와 운영비(OPEX) 부담(40.3%)과 전문인력 부재(14.2%)가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AX를 가로막는 핵심 장애요인으로 기술력 부족(46.2%)과 데이터 부족(31.8%) 등이 지목됐다. GPU와 클라우드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업종마다 생산·품질·재고 데이터 기준이 달라 범용 AI 모델을 그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구조적 한계를 해결할 방안으로 '업종별 AX'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노동집약형·기술집약형·공정 중심형 등 특수성에 따라 쌓이는 제조업 데이터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업종을 구분한 데이터를 모은다면 AI 활용도가 늘고 전문성 또한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기계가공·화학 등 정밀공정 중심 제조업에서는 품질관리와 예지보전·자동화·디지털 트윈 등 연구개발(R&D)형 데이터 수요가 높았다. 반면 고온·분진·소음 환경과 작업자 고령화 문제가 큰 노동집약형 제조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AI 번역이나 자동 작업기록 등 기초적인 AI 수요가 컸다.
업종을 묶는 방식으로는 협회 또는 협동조합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영환 고려대 디지털혁신연구센터장은 "개별 기업의 산발적인 수요를 업종 단위 공통 과제로 묶고 이를 실증·확산하는 역할을 업종별 협·단체가 수행해야 한다"며 "독일기계설비산업협회 역시 회원사의 공통 수요를 모아 표준 데이터를 구축하고 업종 단위 AX 체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용환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이와 관련해 "소기업 단위로는 충분한 데이터도 없고 AI 인력을 상시 보유하기도 어렵다"며 "협동조합이 업종 공통 문제를 정의하고 회원사가 현장 데이터를 제공하면 전문 기관이 AI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종 공동 플랫폼 모델 개발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생산 공정과 품질 데이터 등 핵심 경쟁력과 밀접한 데이터를 제조기업들이 외부와 공유할 때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설비 이상 패턴이나 에너지 효율 등 비식별·범용 데이터부터 공동 활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가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