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학교도 군대도 우유 외면…'탈우유·탈한국'으로 활로 뚫는다

이병권 기자, 정진우 기자
2026.07.02 07:00

[MT리포트]남는우유 35만톤, 유통기한 넘긴 규제 (下)

[편집자주] 흰 우유 소비가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유업계와 낙농가가 사상 유례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89%는 흰 우유로만 쓰도록 묶여있는 규제(원유 쿼터제) 탓이다. 수요가 줄어도 낙농가는 원유를 계속 생산하고 유업체는 이를 구매해야 한다. 업계에선 이 같은 구조를 그대로 두는 건 폭탄돌리기와 같다고 입을 모은다. 원유 물량 협상 개막을 맞아 대전환의 기로에 선 낙농 생태계의 현실을 짚어보고 실효성 있는 산업 재설계 방안을 살펴본다.
"우유 먹고 영양 보충" 옛이야기...학생·군인 외면에 소비량 '뚝'

-흰 우유 외면하는 소비자들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 추이/그래픽=김다나

흰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교 우유급식이 축소됐고 단백질 음료 등 기능성 대체 음료 시장이 커지면서다. 올해부터 미국·유럽연합(EU)산 멸균우유까지 무관세로 수입되면서 국내 흰 우유 시장은 한층 더 위축될 전망이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백색 시유) 소비량은 22.9㎏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6년(27㎏)과 비교하면 15%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그동안 26㎏ 안팎을 유지하던 소비량은 지난해 큰 폭으로 줄며 1986년(20.1㎏)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흰 우유 소비 기반이었던 학교와 군부대 우유급식도 예전 같지 않다. 2024년 기준 학생 우유급식률은 30.8%로 전년(33.9%)보다 3.1%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우유급식을 실시한 학교 수도 9738곳에서 8726곳으로 줄었다. 학교 우유 공급량 역시 200ml 팩우유 기준 3억1900만개에서 2억8500만개로 약 10.7% 감소했다.

군부대에서는 장병들의 선호도와 식생활 변화를 반영해 흰 우유 대신 가공우유나 주스를 지급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생과 군인의 영양 보충을 위해 흰 우유 소비를 장려했지만 급식의 질이 높아지고 일상에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식품과 음료가 다양해지면서 흰 우유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최근 10년 수입 멸균우유의 연간 수입량/그래픽=윤선정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수입 멸균우유의 공세도 국내 흰 우유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입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6년 1214톤에서 지난해 5만740톤으로 약 40배 증가했다. 긴 유통기한으로 대량 구매에 유리한 점 등을 앞세워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다.

게다가 올해 미국과 EU산 멸균우유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국산 우유보다 저렴한 수입 우유들이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며 "수입 제품까지 시장을 넓히면 국내 유업체들의 흰 우유 소비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흰 우유 소비 감소는 고스란히 유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판매하지 못한 원유는 분유 등으로 재가공되지만 국산 분유는 수입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제값을 받기 어렵다. 재고만 쌓인 채 손실을 감수하고 처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팔리지 못한 우유는 사실상 버려지는 것과 다름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데 과거 기준대로 흰 우유를 사들여야 하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잉여 원유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소비 변화에 맞춰 원유의 활용 방식과 배분 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유만 팔아선 돈 못벌어요"...'식물성·단백질' 키우고 해외로 나간다

-미래 성장동력 찾는 유(乳)업계

[인천공항=뉴시스] 이영환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서 한 시민이 흰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이날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보다 9.5% 감소했다. 이는 흰 우유 소비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치다. 2026.03.23.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국내 유(乳)업계가 쪼그라드는 우유 시장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열을 올린다. 단백질 음료를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매출 증대에 나서는 업체들이 많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미래 먹거리로 식물성 음료 개발과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매일두유를 비롯한 두유 8종, 아몬드브리즈 6종, 오트류 5종 등 식물성 음료 19종이 대표적이다.

또 성인영양식 '셀렉스'와 노인친화식 케어푸드 '메디웰' 판매에 힘을 주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들이 간편하게 몸을 챙길 수 있도록 내놓은 영양 맞춤형 제품들이다.

남양유업은 프리미엄 발효유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발효유 불가리스를 기반으로 한국인 특화 유산균을 적용한 '불가리스 그릭' 설탕무첨가·알룰로스·프로틴 제품 등 3종을 선보였다.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은 음료를 넘어 식사대용 쉐이크, 고단백 제품 등으로 라인업이 확대됐다.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나섰다. 분유 브랜드 '임페리얼XO'를 내세워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고, 베트남 현지 최대 유통기업 푸타이홀딩스와 3년간 700억원 규모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은 홍콩, 몽골, 카자흐스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 유업계 미래 성장동력 전략/그래픽=이지혜

서울우유는 다변화된 흰 우유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 흰 우유부터 발효유, 케어푸드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흰 우유는 고품질 원유 경쟁력을 기반으로 'A2+우유', '저지우유', '유기농우유', '저탄소인증우유' 등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또 기존 '더진한 요거트 브랜드'와 함께 100% 원유를 사용한 그릭요거트 브랜드 '파머스그릭'을 새롭게 론칭했다. 최근엔 A2 우유를 사용한 완전균형영양식 신제품 '한끼식사 데일리케어 구수한맛(190ml)'을 출시하고 케어푸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빙그레 역시 '더단백'을 필두로 단백질 제품, 건강기능식품 통합브랜드 '빙그레 tft' 등을 중심으로 신성장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아울러 한계에 처한 내수시장 극복을 위해 메로나와 엑설런트, 빵또아 등 대표 아이스크림의 해외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업계는 앞으로 음용유 중심 사업 구조에서 B2B·고부가가치 제품·해외시장으로 축을 옮겨 잉여 원유를 새로운 수요와 연결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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