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포장지에 'K뷰티 영감 받음'...한국 브랜드 키우는 세계1위 기업

런던(영국)=하수민 기자
2026.10.31 07:05

영국서 판매 중인 로레알 제품 패키지에 'K뷰티' 영향력 언급
K뷰티 브랜드 인수 후 스킨케어 상품군 확장 전략

지난 12일 영국 런던에서 판매중인 로레알 제품 패키지에 'Inspried by Korean beauty(K뷰티로부터 영감 받음)'이 적힌 모습/사진=하수민기자.

"Inspried by Korean beauty(K뷰티로부터 영감 받음)."

최근 영국 런던에서 본 로레알 제품 패키지에 적힌 문구다.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K뷰티를 제품 개발의 영감으로 내세웠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도 K뷰티 브랜드의 성장세를 인정하며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CEO는 지난 22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K뷰티 열풍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평균 약 3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추정했다. 글로벌 스킨케어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3~4% 수준에 그쳐 성장 여력도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로니무스 CEO는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에 대해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췄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률은 높지만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은 아직 낮은 만큼 추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그는 K뷰티의 성장세를 활용해 서구권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로레알이 K뷰티 성장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한국 브랜드를 직접 인수해 해외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색조 브랜드 3CE와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지'가 대표적이다. 로레알은 2018년 3CE를 운영하는 스타일난다를 인수하며 한국 화장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이후 2024년 닥터지를 운영하는 고운세상코스메틱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인수를 마무리했다. 색조 중심이던 한국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스킨케어까지 넓혔다.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닥터지는 로레알이 K뷰티의 성장 속도를 해외 사업에 반영하려는 사례다. 이에로니무스 CEO는 닥터지의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K뷰티는 속도전이기 때문에 모든 관계자에게 속도를 높이라고 요청했다"며 "서구권에서도 이러한 K뷰티 열풍을 활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이며 이는 닥터지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닥터지는 중국 시장에 재진출하고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에서는 틱톡샵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으며 향후 오프라인 유통망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채널에서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힌 뒤 오프라인으로 판매 기반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2018년 로레알에 합류한 3CE도 해외 사업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로레알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3CE의 현지 사업 확대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색조 화장품 성장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국 브랜드가 로레알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해외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현지 시장의 성장에도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한국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과 해외 사업 전략에서도 K뷰티의 경쟁력을 활용하는 흐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강점으로 꼽히는 빠른 제품 개발과 합리적인 가격대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과 제품 경쟁력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를 직접 육성하거나 현지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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