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양치기 소년과 인터넷의 가벼움

장윤옥 부국장
2015.02.06 08:00

우리나라 사람 치고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단지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로 소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정작 늑대가 나타나자 소년의 거짓말에 몇 번 속은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늑대를 쫓아내러 나오지 않고, 양들을 모두 잃고 만다. 동화책 속 우화는 정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지만,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양치기 소년의 말을 다시 믿자니 아이가 정직해졌다는 보장이 없다. 거짓말에 속아 헛걸음을 되풀이하는 것은 생각만해도 분통터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냥 무시할 수만도 없다. 한 번의 불신으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양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하며 우왕좌왕하느라 소년의 외침에 응하는 마을사람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정말로 늑대가 왔다면, "우리만 늑대 쫓아내느라 고생했다"며 불만을 터트리는 마을 사람이 생길 것이고, 그 반대라면 "우리만 또 속았다"며 화를 낼 것이다.

결국 마을사람들은 무슨 말을 듣든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 거짓말을 막기 위해 각종 규칙과 벌칙을 만들어낼 지 모른다. 양치기를 믿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각자 자기 집에서 양을 기르고 아이들도 항상 데리고 다닌다. 모든 일을 다 하려다보니 효율은 낮아지고 살림살이는 점점 궁핍해진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신뢰’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굳이 갖가지 증명서나 서류를 내지 않더라도 신용을 기반으로 일처리가 이뤄지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 단체가 많은 사회는 그만큼 생산성과 효율이 높다. 서비스나 상품, 콘텐츠의 진위 또는 설명 등을 검증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대신 그 콘텐츠나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힘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선진국이 되는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인터넷 상황은 이와는 정반대로 가는 듯하다. 콘텐츠나 서비스의 품질을 따지는 데 앞서, 그게 정말인지, 진짜인지 진위를 가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실정이다.

검증되지 않은 괴담 수준의 이야기가 권위 있는 세계적 학술지를 인용한 의학지식인 양 유포되기도 하고 악의를 가지고 지어낸 이야기가 마치 당사자가 쓴 실화인 것처럼 순식간에 퍼지기도 한다. 얼마전 몸속 독성을 제거한다며 떠돌았던 올리브유 요법이나 소셜커머스 업체의 택배기사의 편지라며 올라온 이야기가 그 예다. 이런 거짓 콘텐츠들은 이슈가 되는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거나 여러 장의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곁들여 사정을 잘 모르거나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을 현혹시킨다.

이같은 거짓 콘텐츠의 난무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잘못된 지식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인터넷이나 정보기술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정보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별도의 매체나 제도를 통해 인증을 해야 하는 상황을 가져오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된 어린이집 문제가 좋은 예다. 어린이집 교사의 질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하는 등 교사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상태에서 CCTV를 대안으로 내놓는다면 아무리 많은 CCTV를 설치해도 부모들은 안심하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다.

아무리 빛나고 값진 보석이라도 진흙 속에 묻혀있으면 그 값어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인터넷을 값진 보석으로 만들려면 그 속의 진흙을 걷어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해 제대로 된 지식을 전파하고 이용자들도 검증된 콘텐츠를 전파시키는 책임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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