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올해 30대그룹의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16.5%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이들이 고용한 총 근로자수는 1%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이 설비를 늘리고 공장을 더 지어도 고용은 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 30대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은 6.5%나 뒷걸음칠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의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문제가 악화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청년 실업률이 11.1%까지 치솟으며 IMF 사태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한 청년들은 여전히 혼수상태다. 대기업과의 임금격차와 근무환경을 고려하면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를 비난만 할 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미스매칭은 '열악한' 일자리가 줄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야 해소된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년들을 혼수상태에서 깨우려면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부작용이 적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채용의 '깃발'을 들라고 강요해 해결할 일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우선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월드 로보틱스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노동인구 대비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제조업의 높은 공정 자동화율과 금융사의 비대면 영업 확대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총고용은 줄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얼마 전 만난 한 시중은행장은 점포가 주는데 고용이 늘겠냐고 반문했다.
앞으로 대기업 고용은 증가는커녕 현 수준을 지키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는 미국, 일본처럼 해외로 떠난 기업들을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도 '비관세 장벽'으로 인해 우리 제조업의 해외 이전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다간 '제조업 공동화' 폐해에 직면한다. 리쇼어링은 단순 제조업의 '귀국'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의 생태계를 만드는 '혁신 기업'일 때 의미가 있다. 리쇼어링은 광의(廣義)로 외국 '혁신 기업'의 유치를 포함해야 하며 이를 위해 규제 관련 '당근책'이 필요하다. 리쇼어링 노력으로 최소한 혁신 기업의 '탈(脫) 한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앞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은 중소기업들의 몫이 될 것이다. 미국에선 소규모 업체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지만, 이들 중 생존한 소기업들이 신규 일자리의 상당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저임금에 의존하는 단순 제조업과 달리,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은 대기업 못지 않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정부가 '강소(强小)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금융사들이 천수답(예대금리 등)에 의존해 편안하게 장사를 하면서도 고용 창출은 등한시한다고 꾸짖었다. 규제라는 약점을 안고 있는 금융사로서도 뭔가 '시늉'이라도 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혁신 기업이나 강소기업 발굴·지원에 자발적으로 나설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들 기업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면 금융사들이 억지로 늘리는 일자리보다 10배, 100배 많은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은 '으르기'보다는 '달래기'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