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아름다운 공유의 경제학

정재훈 기자
2015.04.17 07:51

요즘 경제계 화두 중 하나는 단연 ‘공유(共有·sharing)경제’일 것이다. 공유경제란 제품 혹은 서비스를 혼자 점유하거나 독점하지 않고 쓰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나눠 쓰면서 효용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승객과 빈 차량을 연결해주는 우버(uber)가 공유경제를 활용한 대표적 서비스다. 또 면접 준비나 예식 참석 등으로 급하게 정장이 필요할 때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는 ‘열린 옷장’, 출장지나 여행지에서 비어있는 집이나 방을 잠깐 대여해 사용할 수 있는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방은 각자 쓰고 주방·거실·화장실 등은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도 공유경제를 구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공유경제의 정신은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최대한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가능케 하자는 취지다. 나아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소유의 개념을 전환하고 확장함으로써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는 원동력도 된다.

‘소유와 독점’ 대신 ‘공유와 개방’이라는 가치를 선택해 사회적 효용을 높이려는 시도는 산업기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몸담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2013년부터 ‘기술나눔’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는데, 나눠쓰기를 통한 기술가치 극대화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나눔이란 대기업이나 공공연구소가 개발해놓고도 실제로 활용하지는 않는 미활용 특허기술을 찾아서 이를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기업들에 무상으로 이전해주는 사업이다. 특허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중소·중견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대·중소기업간 상생하는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사실 공공연구소에는 당장 제품화하긴 어려워도 쓰임새가 많은 범용 요소기술, 기반기술들이 다수 확보되어 있지만 데이터베이스에만 고이 잠자는 경우가 있다. 또 대기업에는 제품 개발에 쓸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경쟁사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용으로만 획득해놓은 특허가 많다. 대부분 지금은 쓸모 없지만 추가 개발을 거치면 얼마든지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다. 이런 유휴기술 가운데 일부를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이전해서 기술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상용화 직전 기술을 무상으로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이나 자금을 추가 투입하지 않고도 연구·개발 과정을 상당부분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을 넘겨주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동반진출까지 공동으로 모색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사를 얻는 셈이다.

지금까지 기술은 나눠 쓰거나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기술은 개발자의 독점적인 사용권을 일정기간 법으로 보장하는 특허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래서 기업의 영업비밀에 속하는 지식재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나눔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공유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데 한몫을 한다. 실제로 앞서 기술나눔에 참여한 기업들 중 반도체 설비제조업체 A사는 SK하이닉스로부터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해외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의 기술을 이전받은 B사도 현재 사업화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확보해 기술개발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유의 개념을 독점에서 공유로 확장할 수 있어야 기술의 가치와 활용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기술나눔은 잠자고 있던 기술을 깨워 기술의 공익적 가치를 확산하는 작업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고, 창조경제의 핵심과제가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IAT의 기술나눔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기술나눔에 동참해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름다운 공유의 경제학’을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렇게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될 때 더 큰 공동체가 가능하고 전반적인 사회통합도 가능하리라고 확신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