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찾은 독일 국회의사당(Reichstag).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 때 나란히 찾아 유명한 독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을 지나자 그 웅장한 모습이 드러났다. 1894년 건설된 이곳은 전쟁으로 2번이나 전파되는 등 121년간 독일 역사의 영(榮)과 욕(辱)을 모두 담고 있다.
독일 국회의사당은 독일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명소로 유명하다. 죽기 전에 한번은 꼭 들려야하는 장소로 꼽힌다. 국회의사당을 찾은 관람객에게 이유를 묻자 대답은 간단했다. "독일 국민이니까".
실제로 독일 국회의 기본 원칙은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다. 이 원칙을 한시라도 잊지 않고자 국회 정문 위에 아예 'DEM DEUTSCHEN VOLKE'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독일 국민을 위하여'라는 의미다.
게다가 국회의사당의 돔은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보수공사를 거치면서 돔의 재질을 유리로 교체했다. 돔은 국민들이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전망대로 사용되는데 바닥까지 투명하게 만들어져 본회의장에서 회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초등학생 아우렐리아(12)는 유리 돔이 "'국회는 국민의 발아래 있다'는 것과 '국민들이 항상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국회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대답에 그저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독일 국회의사당을 돌아보며 8200㎞ 떨어진 우리나라의 국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돔 모양 등 외형은 세계 주요국의 국회의사당 건물 등을 본 떠 지었으나, 의미는 담지 못한 채 폐쇄적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간 탓인지 정치도 국민은 별로 안중에 없는 모양새다. 여야가 정쟁에만 집중하면서 국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회기가 열흘도 남지 않은 4월 국회의 법안처리 실적은 '0건'. 남은 회기 전망도 밝지 않다. 게다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확산과 재·보선 선거 결과, 연금개혁 후폭풍 등의 여파로 차기 6월 국회는 셈법이 더 복잡하다.
독일 국회의사당을 나오는 길. 의원들의 개인 집무실마다 새겨진 각오들이 눈에 들어왔다. '국민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