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간단한 게임이다. 22명의 선수가 90분간 공을 두고 싸우다 결국은 독일이 우승한다."
영국의 축구선수 게리 리네커(Gary Lineker)의 말이다. 숱한 대회에서 유감없이 발휘되는 독일의 우승 DNA를 빗댄 말로,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그런데 얼마 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을 지켜보던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던진 기억이 난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항상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이 몇 달 넘게 죽어라 싸우다가, 마지막에는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이 난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6차례나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의 제시안이 아닌 공익위원의 안으로 결정됐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위원 측이 수정안을 제시한 2012년도 최저임금을 포함하면 7차례로 늘어난다. 이러다 보니 최저임금은 '공익위원 마음대로'라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 같은 최저임금 산출 공식은 올해도 반복되는 모양새다. 법정 결정시한은 사용자위원 측의 출석 거부로 가볍게 넘긴지 오래고, 첫 수정안은 지난 3일 열린 9차 전원회의에 이르러서야 제시됐다. 회의장에서 만난 양측 위원들은 항상 이구동성으로 "상대측에서 무리한 주장을 하며 최저임금위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다섯 시간 가까이 이어진 지난 6일 열린 10차 전원회의에서도 현장을 찾은 기자들의 기대는 이내 실망감으로 변했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논의보다는 진영논리가 우선됐다. 회의는 빈손으로 끝났고,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더 이상 수정안을 제출할 수 없는 경우 노·사 공동으로 공익안 제출을 요청키로 했다"는 말만 남겼다.
최저임금 논의에서 공익위원들의 역할은 심판에 그치는 것이 이상적이다. 결국 최저임금을 이용하는 주체는 근로자와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이 직접 주도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 '공익위원 중재안'이라는 쉬운 길은 무책임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