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텍스 매트리스랑 고양이똥 커피 사라고 어찌나 눈치를 주던지. 매일 상점에만 끌려 다녔어. 내 다시는 태국 안 갈란다." 한 20년전 쯤일까. 친구들과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할머니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할아버지 단체 관광여행이 뭐 다 그렇지'라며 흘려 들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뒤끝이 대단했다. 70세가 넘어서도 미국·일본 등으로 수차례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태국은 두번 다시 가지 않았다. 태국 여행을 간다는 친구와 친척의 소식만 전해 들어도 고개를 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해묵은 할머니 얘기를 꺼낸건 20년전 태국의 어르신 단체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의 관광산업 현실을 짚어보고 싶어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 명으로 전년보다 16.6% 늘었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전년보다 무려 70% 늘어난 613만명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다. 덕분에 지난 2010년 35위였던 한국의 세계관광기구(WTO) 관광객 유치 순위는 지난해 20위까지 뛰었다.
유커 1000만명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쏟아졌다. 종전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리 어렵지 않았겠지만 최근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일본과의 역사·영토 갈등으로 한국을 우선 찾던 유커들이 엔저와 스토리, 특화된 서비스를 앞세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 중국의 설 연휴인 지난 2월 춘제기간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45만명으로 한국의 3배에 달했다.
한국에 단체관광을 왔다가 각종 시설이 고장난 형편없는 숙박시설과 쇼핑 강요, 싸구려 음식, 양심불량 바가지 등에 실망하고 돌아가는 유커가 많은 것도 문제다. 불법 브로커를 동원한 일부 성형외과의 고액 성형수술, 날림 수술로 인한 부작용 등도 한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떨어뜨리고 있다. 올초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국인 여성이 뇌사에 빠졌다가 사망한 사건 이후 의료한류 시장이 단번에 냉각되기도 했다.
한국의 관광 현실을 접한 유커들이 또 오고 싶겠는가. 이들도 중국으로 돌아가 가족·친구·친척 등에게 "다시는 한국에 가지 않겠다"고 단언했을 지 모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25.7%에 불과하다. 여행 만족도도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1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14억 중국인이 평생 한번씩만 한국에 들어와도 대박이라는 기대는 어쩌면 우리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이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유커의 존재감을 충분히 확인했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 유커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과 관광상권은 그야말로 초비상사태를 맞았다. 관광은 굴뚝없는 수출산업이다. 지난해 유커가 한국에서 쓴 돈은 14조원으로 준중형 승용차 92만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 각종 인프라를 비롯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 한국 관광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유커 1000만명 시대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