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재부·한은 '소문난 회동' 먹을 것은 없었다

유엄식 기자
2015.09.01 03:22

지난 28일 저녁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양 기관 고위간부 10여명과 같이 회동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간부들을 대동하고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약 1년 만이다. 두 경제수장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끌었다. 미국 금리인상이 눈 앞에 다가온 가운데 중국 리스크까지 대두된 급박한 대내외 환경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두달 전쯤 제안한 친선 목적의 만남이었다고 하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그러나 이날 회동 전후를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최 부총리는 행사에 앞서 “중앙은행 총재와 만나는 것이 뉴스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유독 우리나라만 양측의 만남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는 일종의 ‘시위성’ 발언이었다. 이 총재는 “기자들이 나가면 말을 하겠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기관 소통에 취재진이 일종의 장애물이 된다는 인식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불청객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회동은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와인으로 시작된 식사 자리는 ‘소통과 화합의 주’라는 폭탄주까지 곁들어질 정도로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금리, 물가안정목표제 등 당초 예상됐던 정책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양 기관이 경제현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소통이 잘돼야 경제발전, 국민복지가 잘 되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 거시경제 두 축의 소통을 위한 ‘소문난 회동’은 한편으로 불통의 역설을 보여준다.

“척하면 척”이라는 수식어가 회자될 정도로 정책공조는 잘되고 있으나 시장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서다. 지난 1년간 금리를 4차례 내리면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결정이 많았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회동 이후 금리정책 방향성은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정부 압박에 못이겨 금리를 내린다”는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을 덜어내기 위해선 양측이 소통과 동시에 균형과 긴장관계도 유지할 필요도 있다. 언론 불신도 조금은 거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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