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조선사 노동조합과 노동자협의회로 이뤄진 조선업종 노조연대가 공동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최근 한진중공업 노조가 파업 불참을 결정했다.
김외욱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지금 조선업종의 불황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조선사 공동파업은 우리와 정책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때 한진중공업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의 핵심 거점이었다. 그런 까닭에 한진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는 강성으로 유명했다.
2011년 2월 경영난에 빠졌던 한진중공업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노조는 전면파업으로 맞섰고 금속노조 부양지부장과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309일간 농성을 벌였다.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노동계 상급단체와 정치권에서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701명의 조합원 중 571명이 ‘정치노동운동 및 투쟁만능주의와 결별하겠다’는 새 노조에 가입했다.
새 노조는 발주사에 ‘납기 준수와 품질보장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고 조선소에 온 실사단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했다. 한마디로 노조가 달라지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극적인 변화에는 한진중공업의 경영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진중공업의 국내 영도사업장은 단 한척의 일반상선 수주가 없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의 경기침체로 업황이 나빴고 추후에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가수주를 할 수도 없었다.
일감이 없었으니 사람을 줄일 수 밖에 없었고, 2011년 12월에는 순환 유급휴직을 해야 했었다.
망하기 직전까지 내몰렸던 한진중공업은 2013년 7월 약 5년 만에 수주를 했고 현재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 3월 휴직자 30여명이 되돌아오면서 순환 유급휴직도 끝났다.
이처럼 간신히 회사가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에 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건 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노조의 파업불참 선택은 합리적이다.
쌍용자동차 노조 역시 한진중공업 노조와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2008년 판매부진으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2009년 회사가 정리해고,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맞서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였고 역시 상급 단체와 정치권이 나섰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었다.
이후 쌍용차 노조원들이 정치투쟁에만 몰두하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며 새 노조로 옮겼다.
쌍용차 노조는 사측과 함께 기업회생과 회사 정상화에 매진해 왔고 임금단체협상도 2010년 이래 6년 연속 무분규로 타결했다. 회사는 2013년 1월 455명의 무급휴직자를 복직시켰다.
두 회사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공통적인 것은 회사가 어려워 지면 일자리가 위태로워 지고, 노조의 존립근거 역시 허물어진다는 점이다.
조선, 타이어, 자동차 등 여러 업종에서 파업이 이뤄지거나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노사의 상생 협력은 헛된 ‘수사’가 아니라 ‘현실’에서 구현돼야 할 과제다.
기업 없이 일자리 없고, 기업 없이 노조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