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시끄럽고 요란해야 개혁인가

김진형 기자
2015.09.08 14:54

'금융개혁이 실체가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에게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금융개혁이 요란해질 조짐이다.

시내 대형 전광판에 금융개혁 광고가 돌아가고 금융개혁 슬로건을 제작해 여기저기에 게시하기 시작했다. 금융개혁을 홍보하는 별도의 웹사이트가 만들어졌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매달 기자들 앞에 나와 금융개혁의 진행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금융개혁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금융개혁이 공공, 노동, 교육개혁과 함께 소위 '4대 개혁' 중 하나임에도 "그랬어?"라는 게 국민들의 반응이라는 것. 정부 내에서조차 "이렇게 조용한 금융개혁이 무슨 개혁이냐"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의 비판 수위는 더 높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예 금융개혁을 '실체없는 개혁'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금융개혁의 전부인양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개혁의 목표는 낡은 방식에 안주해 있던 금융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개혁의 대상은 금융당국 스스로와 금융회사다. 군림하고, 가르치고, 때론 윽박질러 왔던 금융당국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그 속에 안주해 적당히 예대마진만 먹고 살아왔던 금융회사의 퇴화된 날개를 재생시키는 작업이다.

그래서 금융회사가 개혁의 대상이지만 한편으론 개혁의 수혜자다. 서베이 결과 금융회사 실무자들의 금융개혁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것도 그들이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머리띠 두른 저항세력이 나오기 힘든 개혁이다.

대신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회사를 가뒀던 '울타리 걷어내기'(규제개혁)는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울타리가 사라졌다고 금융회사들이 곧바로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내놓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국민들이 금융개혁을 체감하는 시점은 바로 그때가 될 것이다.

공무원연금, 임금피크제처럼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맞서는 요란스러운 개혁, 극적 합의로 국민들이 바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개혁이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하반기에 국민 체감도가 높은 개혁과제들을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지지해야 개혁의 추진력이 강해진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체감도 높은 개혁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금융당국이 조급해졌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임종룡 위원장은 대학시절 야구부 출신이다.(나름 잘 나가던 선수였다.) 그는 정책 당국자의 자세를 종종 야구에 빗대 이야기한다. "외야로 뜬 볼을 몸을 날려 잡아내는 선수보다 타자가 타격하는 순간 반사적으로 뛰어가 안정적으로 잡아내는 선수가 진짜 잘 하는 선수다"라고.

허슬플레이가 주목받을지 모르지만 에러를 범할 확률은 높다. 시끄럽고 요란해야만 개혁인가. 요란한 플레이보다 안정적인 플레이, 금융개혁은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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