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모바일오피스 시대, 행복한가요?

강미선 기자
2015.10.08 03:0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얼마전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아마존'의 직원들 간 치열한 생존 경쟁이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가 아마존 전현직 임직원 100여명을 인터뷰해 ‘다위니즘(Darwinism)’이라고 불릴 정도로 피도 눈물도 없는 아마존의 기업문화를 집중 보도한 것. 모바일 오피스를 기반으로 한 24시간 업무에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거의 매일 다른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물론 아마존은 "기사가 과장됐다"며 반발했고 일부에서는 "회사에 비판적인 일부 직원들의 얘기"라고 해석했지만 아마존의 고성장 뒤에 어떤 조직문화가 있었을지 쉬 짐작이 간다.

잘나가는 외국계 기업을 취재하다 보면 종종 그들의 유연한 근무시간, 수평적인 조직, 자유로운 의사결정 구조 등에 놀라곤 한다. 취업 준비생들이나 일반 직장인들이 외국계 기업을 선망의 대상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만난 한국에 근무하는 외국계IT기업 A씨는 연말에 한달간 휴가 계획을 잡았다고 했다. 한국 기업문화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그러다 책상 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A씨는 "책상은 원래 없다"고 말했다. 이미 그 기업은 각 국 법인에 팀단위 사무실이나 개인책상을 없앤 지 오래다. 대표이사 집무실도 없다. 출근과 동시에 다닥다닥 붙은 개인 사물함 문을 열고 그 곳 소지품을 넣어놓고 개인 태블릿을 꺼내 일을 시작한다. 장소는 회사 곳곳에 늘어진 테이블, 커피숍 어디에 앉든 상관없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 각종 모바일기기로 업무를 하고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야 할 경우에는 곳곳에 마련된 회의실에 모이면 된다.

반면 '김과장'이나 '이대리'가 근무하는 한국식 사무실은 어떤가. 내 책상에 서류도 쌓아놓고, 전자파 차단에 좋다는 선인장도 하나 두고, 달력에 빨간 펜으로 회식 일정도 그려놓고, 그 옆에서 예쁜 가족사진 한 장쯤 둔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도 책상 없는 '모바일 오피스'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경영진들은 "글로벌 트렌드"를 내세우고, 직원들은 새롭고 편해 보인다며 동참한다.

하지만 변화 이전에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이 있다.

연말 한달간 휴가를 간다는 A임원은 올 들어 단 하루도 휴가를 내지 못했다. 자다가도 스마트폰 메일 알람에 답장을 보내야하는 밤낮없는 살인적 스케줄 탓이다. 책상이 없으니 퇴근을 해도 퇴근을 한 게 아니다.

외국계 기업의 대외홍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어느 토요일 아침 일찍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날 저녁 사장이 개인SNS에 글을 올렸는데 댓글을 달거나 공유도 안하고 '좋아요' 조차 달지 않았다는 질책이었다. 손에 늘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데 SNS를 못봤다는 핑계가 통할 리 없다.

최근 모바일오피스 개념을 도입한 한국기업의 직원 B씨는 주말에도 편히 쉴 수가 없다. 사무실에 업무용 유선전화를 모두 없애고 개인 스마트폰으로 통합시켰기 때문. 사무실로 걸려오는 중요한 전화를 못받는 일이 없어 유용하겠다 싶었지만 착각이었다. 주말에도 휴대폰에 끊임없이 회사 관련 전화가 걸려와 가족들 눈치를 봐야 한다.

모바일 오피스. 이미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하지만 '대세'라며 마냥 따를 게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지 경영진도 직원들도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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