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호박씨로 백만장자 되던 시대는 갔다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5.10.23 06:40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샤즈꽈즈(바보 씨앗)'는 197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다. 안후이성 우후시에서 과일 행상을 하던 넨광지우라는 인물은 샤즈꽈즈라는 브랜드로 호박씨 같은 구운 씨앗을 팔아 신중국 최초의 백만장자가 됐다.

투기죄로 3번이나 감옥에 갔다 왔을 정도로 넨광지우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했는지 잘 보여준다.

넨광지우는 타고난 장사꾼이었다. 그는 과일 장사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공안(경찰)에게 끌려가 9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법원이 그에게 씌운 죄명은 사과 투기죄였다. 1963년 당시 중국은 입에 풀칠 할만한 돈 이상을 벌면 감옥에 가야 하는 시절이었다. 출소 직후 그는 과일이 싫어졌고, 우연히 볶은 호박씨 장사를 하게 된다.

넨광지우는 손님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호박씨 한 봉지를 사면 한 봉지를 덤으로 줬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바보라고 놀렸다. 그가 파는 꽈즈도 자연스럽게 '바보 씨앗'으로 불렸다. 그러나 넨광지우의 샤즈꽈즈는 박리다매라는 그의 탁월한 장사 수완이었다.

호박씨 한 봉지에 1푼(0.01위안)을 받았는데 매일 수천 봉지씩을 팔았다. 워낙 손님이 많다 보니 늘 호박씨가 부족했다. 그는 생 호박씨를 원활히 공급받기 위해 재배 농가들에게 계약금을 주고 호박씨를 자신에게 먼저 공급해달라고 했다. 1966년 문화대혁명 당시 이번에는 호박씨 투기범으로 몰려 다시 20여 일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출소한 그는 오기가 생겼다. 미친 듯이 꽈즈를 연구했다. 씨앗을 볶는 방법을 개선해 남방인과 북방인의 입맛에 모두 잘 맞게 했고, 판매 대리상을 두고 매장도 여러 곳으로 늘렸다. 경품을 내건 판촉 활동도 벌였다.

1976년 그는 그렇게 1푼짜리 호박씨 하나로 108만 위안을 벌었다. 신중국 수립이래 최초의 백만장자다. 당시 농민공 1년 평균 수입이 76원이었으므로 1만4200명 몫을 혼자 번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 돈을 은행에 맡기지도 못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또 다시 감옥에 가야 할 수 있어서다.

세월은 흘러 넨광지우의 에피소드는 먼 옛 일이 돼 버렸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급속도로 진행됐고, 이제 중국 경제는 세계 2위로 커졌다. 워낙 세계 경제에서의 비중이 커지다보니 얼마전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 6.9%를 놓고,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나온다. 특히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진 것은 뼈 아프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 전회)에서 경제 '신창타이(중속성장)'를 선언했다. 올해 3월 열린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도 성장률 목표치를 ‘7% 안팎’으로 공식 제시했다. IMF나 중국사회과학원, 교통은행, 중국은행 등도 이미 올해 성장률이 7% 미만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사실 국내총생산 규모가 11조 달러를 넘는 경제 대국에게 6.9%나 7.0% 같은 수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중국 정부가 이 난국을 헤쳐나갈 묘안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한 관전포인트이지 않을까 싶다. 그 묘안이 호적 개혁과 출생 제도 완화를 통한 신 인구 보너스가 됐든,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가 됐든, 환경 개선이 됐든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중국의 링다오(지도자)들이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뛰어드느냐가 관건이다.

이전의 개혁·개방 30년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던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개혁·개방은 엄청난 지구전이 될 것이다. 26일로 다가온 5중 전회에서 이 지구전을 버틸 비책들이 나올 것이다. 샤즈꽈즈 하나로 100만 위안을 벌던 시대를 넘어 중국 경제의 대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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