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시간 전에 쓴 '사망 사건' 기사

김주동 기자
2015.11.25 05:55

[우리가보는세상] 어뷰징과 엎어쓰기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1. 몇달 전 서울의 한 곳에서 추락 사망 사고가 있었다. 이 일은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되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에 올랐다. 실검에 뜨면 으레 그렇듯 기사도 쏟아졌다. 사건은 오전 11시쯤 일어났다. 그런데 검색 결과 중에 눈에 띄는 게 있다. 사건 시간보다 1시간쯤 빠른 오전 10시에 쓴 이 사건을 다룬 기사다. 인터넷에 유행하던 '시간여행자'처럼 미래의 일을 쓴 셈이다.

#2. 지난주 축구선수 손흥민과 배우 유소영의 열애 기사가 났다. 이 소식은 한 매체가 이날 오전 9시쯤 '단독'으로 데이트 현장을 포착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연예계 열애설이 늘 그렇듯 두 사람의 이름은 실검에 올랐고, 기사가 쏟아졌다. 이날도 예상된(?) 것이 있었다. '단독' 기사보다 먼저 쓴 기사들이다.

사실 신기한 일은 아니다. 원래 있던 기사를 다른 내용으로 고친 것일 뿐이다. 다른 건 다 바뀌어도 기사 전송 시간은 바뀌지 않으니 생긴 결과다. 실검에 대응하기 위해 기사를 찍어내는 남용 행위를 '어뷰징'이라고 하는데, 최근 보이는 기사 재건축 행위는 별도로 '엎어쓰기'라고 불린다.

사례 중엔 사건 기사가 연예로 분류된 것도, 연예 기사가 사회로 분류된 것도 있다. 원래 기사가 뭐였는지 짐작 가게 하는 점이다. 위 사례 중에는 적지 않은 댓글이 달린 기사도 있다. 엎어쓰기가 어쩌면 효과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효과를 떠나 이런 기사들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시간을 기준으로 보자면 일종의 '새치기'다. 새치기를 한 사람들과 이를 제대로 통제 못한 관리자, 어느 쪽이 더 잘못인지를 묻는다면 의견이 갈릴지 모른다. 그러나 "관리가 허술해서 새치기한 것이니 난 잘못이 없다"고 한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언론사 어뷰징에 대해 포털 사이트가 강한 제재 조치를 내린 적은 없다. 다만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독립 기구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만들기는 했다. 언론사를 직접 제재하는 게 불편하니 이런 모양새를 취했을 것이다.

선을 넘어선 어뷰징은 '이론상' 그 언론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따옴표를 붙인 건 '현실'이 그렇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소위 주요 언론사 중에 어뷰징을 많이 하는 곳들이 있다. 효과가 있는데 손실이 적으니 멈추지 않는다. 자정 능력을 스스로 버렸다.

2년 전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 방식으로 바꾸면서 '헉' '충격' 같은 자극적인 제목이 줄었다. 뉴스로 진입하는 과정이 조금 불편해졌지만, 질적인 효과는 거뒀다.

어뷰징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검을 없애는 것이다. 물론 포털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실검과 뉴스의 연결고리를 끊으면 어떨까. 실검을 눌러 나오는 첫 페이지에 '뉴스'를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 검색 결과에 언론사 이름과 기자명을 제목 앞에 넣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 이전에 포털의 움직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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