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를 기점으로 재점화한 사시 존폐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생들이 집단 자퇴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형사고발전까지 불거졌다. 각종 성명서와 청원서 제출, 1인 시위와 삭발 투쟁도 맞불을 놓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법무부는 '독단적 발표 강행'이란 비판에 하루만에 꼬리를 내리고 관련기관 논의를 거쳐 최종방안을 다시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급한 불을 끄려 한 의도와 달리 불길은 도리어 거세게 번지는 모양새다. 그 후로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고 법무부는 대법원의 제안에 동의를 표한 것 외에 가타부타 말이 없다.
법조계 안팎에선 갈등과 혼란이 깊어지는데 정작 논란에 불을 지핀 법무부는 잠잠하자 결국 지난 10일 정책 결정 권한이 없는 대법원이 먼저 운을 뗐다. 대법원은 국회와 대법원, 정부 관계부처 등 관련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법원 의견을 존중하며 국회에 협의체가 구성되면 법무부도 참여해 바람직한 결론이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범정부 논의기구'를 설치하자고 박병대 법원행정처장과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주문했고 이에 대법원과 법무부가 차례로 화답하게 된 것이다.
법무부는 일을 키워놓고 뒤로 물러서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법조인력 양성 시스템 마련은 차분히 검토해야 하지만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을 감안해 일정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시급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관계부처, 여러기관과 계속적인 논의를 거쳐 최종적인 안을 마련하겠다"며 "열린 마음으로 검토를 거쳐 미래의 법치를 책임질 법조인 양성 방안을 차질 없이 집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알맹이 없는 입장만 밝혔다.
지난 3일 발표 당시 제시한 예비시험 운용 방안, 로스쿨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도 뚜렷한 내용은 없다. 그나마 사시 존치 찬반 양측의 타협이 가능한 방안으로 예비시험 제도가 꼽혔지만 이 부작용에 대해서는 법무부도 이미 2013년 연구용역보고서를 통해 파악했다.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의 응시 자격을 주는 예비시험 제도는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또 다른 고시낭인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법무부에 요구된다. 급한 불을 끄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일을 키운 법무부는 한발을 빼놓은 채로 협의체의 일원이 되는 것을 넘어 손에 잡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련기관뿐만 아니라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법무부는 이미 '성급한 입장발표'와' 하루 만에 꼬리 내리기'라는 두 번의 실패를 빚었다. 세 번의 실패는 누구도 눈 감아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