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젊은 창업자 이야기를 어느 해보다 많이 접했다. IT 중심에 모바일이 서고, 스마트폰 생태계를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그들은 ‘어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아이디어로 사업모델을 만든다.
달라진 기운이 느껴진다. 시쳇말로 어깨에 힘 뺀 즐거움, 일종의 놀이 같은 분위기도 읽힌다. 40, 50대 창업가가 보이는 “무조건 성공해야 해”라거나 “아,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절박함과는 다르다.
최근 만난 4명의 20대 CEO가 그랬다. 공교롭게 세 명이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했다. 그중 K대 2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여성 CEO는 이제 스물일곱이지만 회사 운영 5년 차로 접어든다. 모바일 앱에서 광고를 보면 포인트를 주고, 그 포인트로 프린트를 공짜로 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을 구상했다. ‘대학생 중 이 서비스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 젊은 CEO는 전국 150여개 대학과 업무협력을 맺었다.
유명 벤처로부터 투자까지 받은 이 CEO는 최근 ‘대부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소액 중금리 대출이다. 이 역시 경험과 또래의 일상에서 나왔다. 아르바이트 월급이나 용돈이 들어오기 일주일 전쯤 되면 지갑이 빈다. 친구나 부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게 일상. 5만~10만원 정도면 된다. 이 CEO는 소액을 단기 융통해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은행권의 금리보다는 높지만 ‘직장인 대상’ 대부업의 금리보다는 낮은 수준. 출발선에 선 이름있는, 어깨 힘준 인터넷은행의 사업 모델을 젊은 CEO가 가볍게 먼저 치고 나갔다.
이 CEO는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힘들어도 겪는 모든 게 제 자산이니 진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즐거워요. 내년에는 직원들 연봉을 더 올려주기가 최대 목표입니다.”
대학생 신용불량자를 줄여야 한다는, 채권추심의 위험 관리 해결 방안을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맑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문득 ‘DNA’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 나랑은, 어른과는 다른 DNA구나.
모든 젊은이가 이런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것은 아니다. 명문대 학생 자살과 그 유서 공개로 시끄럽다. “20살밖에 안 된 아픈 학생의 죽음에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는 (언론들이) 입들 좀 닥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친구의 일성(페이스북)조차 아프다. 맞다. 즐겁고 씩씩하지 않다고 해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해서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멀쩡하게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 전선에 나서는 젊은이들도 아프기는 마찬가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는 곳이 아니게 됐다. 큰 학문을 배우는 대신 취업을 위한 학점 따기가 주가 됐다. 즐거워 보이는 창업조차 그런 과정을 견디기 어려운, 견디기 싫은 결과물 아닐까. 물론 대학이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 채용에만 의존해선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현실적 위기의식이 이들을 창업으로 내모는 것도 사실이다.
800여명의 교수들이 매년 꼽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혼용무도’가 선정됐다. ‘세상이 온통 어지러워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진단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쉬운 사자성어를 떠올리는 일이 자주 있다. ‘역지사지’나 ‘후안무치’ 같은 말이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서 상대를 헤아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치인이나 권력의 모습이 너무 자주 나타난다.
최선을 다해 지금을 견디는 젊은이들, 계속 버티시라. “그 입을 닥쳐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당신들의 맘도 무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