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일본이 변하고 있다

정영록 기자
2015.12.30 03:25

몇 년 전 모그룹 산하 경제연구소 소장에게 “우리가 일본을 더 배워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미 일본은 더 이상 아니라”라고 대꾸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반인들의 인식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여파일까. 외교부 내에서 일본은 최근까지 기피지역이 되었단다. 기업이나 은행에서도 일본주재원을 찾을 수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아직도 일본으로부터 더 배워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노력을 환영한다. 최근 일본출장에서 조용한 변화를 체감해서 깜짝 놀랐다. 물론 정치적인 구호처럼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측면과는 별개 움직임이다.

첫째, 국가지향목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변화다. 더 이상 성장만이 미덕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깊이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확실하게 옮아가고 있었다. 즉 경제규모는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더라도 인구수가 줄어드니 각종 노력으로 효율을 올리는 경우 1인당 소득은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행복지수를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는 일반화하는 것 같다. 한 예로 도쿄의 시가지가 과거와 판이하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한때는 좀 어수룩한 지역도 있었고 일부 뒷골목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지금은 많은 지역이 깨끗해졌고 ‘아 그렇구나!’ 하고 놀랄 정도로 수요자 중심으로 기반시설이 변화해가고 있었다.

둘째, 일본은 중국을 적극 활용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명동거리처럼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도쿄거리를 휩쓸고 있었다. 모든 매장이 이들에게 면세를 해주는 체계를 갖췄다. 백화점에서는 ‘일본제’를 판다는 광고가 눈에 많이 띄었다. 역설적으로 생필품들이 상표는 일본이었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만들어 역수입 판매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일본제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물론 역내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질서로 이행하는 데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서점에서 잘 팔리는 서적의 상당수가 ‘중국 때리기’였다. 특히 올해 초 미국에서 출간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전직 CIA 인사 마이클 필즈베리의 대중전략 회고록 ‘중국 2049 : 100년의 마라톤’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었다. 그 논조는 중국경계론이다. 그러나 부러운 것은 중국관련 일반서적이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일본적인 시각에서 지속적으로 출간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한 일반인의 수요가 끊임없이 증가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셋째, 미래 산업변화에 대한 준비도 일반화되고 있었다. 즉, 미래 산업변화의 핵심어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이다. 이를 어떻게 융합해서 자국의 경쟁력을 올릴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변모가 새로운 도전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제조업생산구조에서 일본이 우세한 현장장악력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아무리 산업구조가 변화한다고 해도 결국 현장에 그 답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바탕으로 일부 산업에서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Industry)4.0, 중국의 제조업2025, 미국의 산업구조 전환 프로그램 실행에 자못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물결을 19세기 말 흑선의 도래와 같은 위협이면서도 같이 타야 할 새로운 물결로 인식, 적극적으로 적응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교육체계 개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특히 대학입시 개혁이 아닌 교육철학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다. 정확한 방향설정이다. 이러한 일본의 변모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일본은 적어도 장기 비전을 갖고 극도의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결국은 자신만의 실력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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