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삼성-현대차 발목잡기와 손숙오의 비거 해법

오동희 기자
2016.01.08 05:55
[편집자주] <b>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b>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지난해 계열사간 합병과정에서 순환출자의 고리가 강해졌다며, 지분의 강제매각 조치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제철(존속기업)과 현대하이스코(소멸기업)의 합병으로 인해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현대제철의 지분 4000여억어치를 지난 1일까지 팔라는 것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5000여억원어치를 3월1일까지 매각하라는 게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내용이다.

우선 강제매각을 규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의 목적이 상황과 시대에 맞느냐를 따져볼 일이다.

공정거래법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유도하고, 우월한 독점 지위를 이용해 공정경쟁을 방해하는 것을 규제하는 게 목적이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서 현대차나 기아차가 현대제철의 지분을 더 가지게 된 것이, 삼성SDI가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진 것이 어떤 불공정 경쟁 요소를 만드는 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미 상법 등을 통해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장치는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규제의 장벽을 더 쌓은 결과다.

2011년 개정상법의 회사기회유용금지(제397조의 2)와 주요주주와의 자기거래 제한(제398조) 도입으로 순환출자의 간접 규제가 가능해졌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순환출자 기업들에 대해 배당지급 회사와 배당금 수령 주주들에 대해 개별 과세를 하는 방식으로 이중과세를 함으로써 간접적 통제를 하고 있다.

독일은 기업이 상호간 25% 이상 지분 소유시 주주권 행사 등을 제한(독일 주식법 20조 3항, 21조 1항, 328조)하지만 순환출자는 규제하지 않고 있고, 프랑스도 회사법 제358조를 통해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10%를 상호출자 상한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순환출자를 직접 규제하지 않는다.

일본은 오히려 주식상호 소유를 통해 외국기업의 자국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의 위협 차단을 인정하고 있다. 1981년부터 기업상호간 25%를 초과해 소유한 주식의 의결권만 제한(일본 회사법 제308조 제1항, 제 135조 제2항, 제 800조 제1항, 제2항)할 뿐 순환출자를 직접 규제하지 않고 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순환출자를 직접 규제하고, 신규 순환출자 및 기존 순환출자의 고리 강화시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규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잘 알려주는 일화가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에 소개돼 있다.

순리열전편에는 순리(循吏: 올바른 관리)의 표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춘추전국 시대 초나라의 재상 손숙오가 소개돼 있다. 그는 세번 재상에 오를 정도로 청렴하면서도 일처리의 합리성에서는 중국 역사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던 인물이다.

손숙오는 늘 백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유명하며, 정책의 시행과 관련해 그의 비거(집 낮을 비, 수레 거) 정책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초나라 민간에서는 바퀴가 작고 몸체가 낮은 수레인 비거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때 초나라 장왕은 비거가 말(馬)에게 불편하니 수레를 높이라는 법령을 하달하라고 재상인 손숙오에게 지시했다.

손숙오는 이에 대해 "법령이 자주 내려가면 백성들은 어떤 것을 지켜야 할지 모릅니다. 수레의 높이를 올리고 싶으시다면 마을 입구로 들어오는 문의 문턱을 높이십시오. 수레를 타는 사람은 대개 높은 사람들로써 솔직히 이들이 문턱 때문에 번번이 수레에서 내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는 대응책을 내놨다.

법을 따로 만들지 않고 이를 시행해 반년이 지나자 백성들은 스스로 수레를 높였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속도제한으로 규제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곳에는 요철을 설치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손숙오의 이런 통치방법에 대해 사마천은 "결국 이는 가르치지 않아도 백성들이 절로 감화되어 따르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공정거래법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을 경우 번거로울 수 있게 할지언정,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해서 시장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삼성이나 현대차가 국내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과 애플, 샤오미, 화웨이가 경쟁하고, 현대차와 토요타, 폭스바겐, GM이 경쟁하는 시대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간 지 오래다. 제품의 80~90%를 해외에서 파는데 규제의 틀은 우물안 개구리다. 국내 규제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기업경쟁력을 갉아먹는다면 결국 이것은 우리나라와 국민이 손해를 보게 된다.

법을 만들어 옥죄기보다는 문턱을 조금 높이는 것으로 스스로 변하게 하고, 물길을 막아 홍수를 피하기보다는 물길을 열어 위험을 피하는 게 2000여년전 중국의 명재상 손숙오를 통해 우리 정치인들이 배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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