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유승옥.'
지난해 여름 각 매체를 통해 느닷없이 등장한 기사들이다. △명왕성 접근 성공, 모델 유승옥, ‘너무 신기해요’ △10호 태풍 린파 발생, 유승옥… “모든 분들 피해 없었으면”.
당시 유승옥이란 이슈의 주인공을 끼워 넣어 클릭수를 유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 강두리, 새빨간 비키니 입고….’
꽃다운 나이에 사망한 여배우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실검)에 오르자 일부 매체에서 쓴 기사다. 선정적인 제목에다 고인의 비키니 사진까지 첨부해 공분을 샀다.
어뷰징의 신기원이던 ‘기승전-유승옥’ 형식부터 고인의 몸매를 상품화한 비윤리적 기사까지 지난해 대표적 ‘어뷰징’만 꼽아봤다. 어뷰징이란 같은 내용의 기사들을 제목만 바꿔 무차별적으로 전송하는 형태로, 일종의 독자들 눈에 들기 위한 발버둥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결국 지난 7일 뉴스제휴평가위원회(뉴스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심사 규정을 발표했다. 어뷰징과 선정적 광고 등을 게재하는 언론사에 벌점을 매겨 제재하겠다고 밝힌 것. 한사코 퇴출규정은 아니라지만 제재수단이 매우 강력하다.
제재기준을 보면 △1% 이상~10% 미만 1점 △10% 이상~20% 미만 2점 등 어뷰징 비율(1일 총 생산기사 기준)에 따라 10점까지 벌점을 준다.
예를 들어 하루에 기사를 1000개 쓴 언론사가 어뷰징을 10개 하면 벌점 1점이고 기사를 100개 쓴 언론사는 어뷰징을 1개만 해도 1점의 벌점을 받는다. 그만큼 규모가 작은 언론사가 불리하도록 돼 있다. 예전처럼 큰 언론사를 예외로 해준 관행도 없을 것이라던 뉴스위원회의 선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뉴스위원회는 어뷰징을 유도하는 포털의 실검은 그대로 둔 채 어뷰징 책임은 언론사가 지도록 했다. 포털 역시 이용자들의 관심사와 정보를 시시각각 담을 수 있다는 이유로 당당하다.
어뷰징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언론사들도 다들 잘못된 것임은 알고 있다. 척박한 미디어환경에서 수익 창출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행태라고 변명도 한다.
하지만 어뷰징은 몇 개를 쓰면 괜찮다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어떻게 ‘용서받을 어뷰징’이 있고 ‘용서받지 못할 어뷰징’이 있을 수 있나. 아무리 생존을 위함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어뷰징 기사는 독자의 선택이 아니라 언론의 양심이다. 다행인 것은 어뷰징으로 하루살이를 하거나 몸집을 부풀리는 비양심적인 언론보다 더 나은 정보를 전달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언론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포털은 포털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부끄러움 속에 숨어 있지 말고 지금보다 더 양심적인 활동과 보도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