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카드뮴 없애기 14년의 집념

박종진 기자
2016.01.13 03:30

[기자수첩]

"14년 동안 우리 연구원들 정말 고생했습니다."

최근 만난 삼성전자 개발담당 고위관계자는 깊은 한숨과 함께 소회를 내뱉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간판 TV 제품으로 내세운 '퀀텀닷' TV 얘기다.

퀀텀닷은 빛을 내는 양자를 주입한 반도체 결정으로 스스로 색을 내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만들면 화질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삼성은 퀀텀닷에 승부를 걸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대표는 'CES' 기자간담회에서 "머지않아 여러분이 생각할 수도 없었던 디스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퀀텀닷의 핵심 물질이 카드뮴과 황의 결합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카드뮴이 TV 사용자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친환경 이슈 등을 감안할 때, 삼성이 '카드뮴 TV'를 만들어 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2002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관건은 카드뮴만큼 황과 강력한 결합력을 유지하며 고유의 특성을 갖는 새로운 물질을 찾는 일이었다.

마침내 대체재를 찾았고 원자구조의 변경 등 개선에 개선을 거듭해 14년 만에 제대로 된 퀀텀닷 TV를 내놨다. TCL 등 중국업체들 역시 퀀텀닷 TV를 개발했지만 카드뮴이 없는 제품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자랑스러운 제품이지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최소한의 모델만 전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중국업체들이 베끼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다. TV 속살은 물론 겉모습까지 추격자들을 따돌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10년간 세계 TV시장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올해 또 다른 10년을 위한 싸움을 선언했다.

물론 거세게 추격해오는 중국업체가 언제까지 한 수 아래라는 보장은 없다. LG전자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장점도 크다.

분명한 건 카드뮴을 없앤 14년의 집념이 삼성뿐 아니라 세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우리 기업들 연구소 곳곳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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