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왓 위민 원트'(2000년 개봉)의 남자 주인공(멜 깁슨 분)은 광고 회사에서 잘나가는 남자다. 따르는 사람도 많지만 그의 단점은 남성우월주의 성향. 어느 날 사고로 그는 '여자의 속마음'이 들리는 능력이 생긴다. 자신에게 웃는 얼굴로 대하던 여자들의 속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독설에 그는 놀란다. 그리고 그는 여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남자로 변해간다.
#2. "국○○에게서 따로 연락은 없었어요." 지난해 말 프로야구 넥센 구단이 한 네티즌의 약 3년치 댓글을 모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국○○은 박병호 선수의 기사에 줄기차게 비난·비하 댓글을 달아 유명해진 사람의 활동명이다. 구단은 기사 나간 이후에도 그가 댓글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는 자신의 댓글이 표현의 자유라고 여길 수도 있다.
'남의 생각이 들린다'는 것은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내게 그런 능력을 준다고 하면 선뜻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의 생각이 영화에서처럼 정제돼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남의 생각이 들리는 환경에 있다. 댓글, SNS, 인터넷 커뮤니티….
"투명인간이 되면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누구나 예상하는 답이 있다. "남탕(여탕)에 가보겠다." 현실성이 없으니 장난 삼아 생각으로만 해보는 행동이다. 만약 그런 능력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인터넷에서 '반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바깥세상에선 머릿속에만 남겨뒀을 얘기를 쉽게 꺼내곤 한다. 비리를 고발하고 속내를 털어놓는 일이라면야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건 다들 아는 일이다.
몇 달 전 머니투데이 페이스북에 기사 하나를 올렸다. 잠시 후 댓글이 하나 달렸다. "개소리"로 시작한 글은 잘 알지도 못하고 기사 쓴다는 내용이었다. 혹시나 해서 기사를 다시 읽어봤지만 어떤 걸 지적하는 건지 알기 어려웠다. 몇 시간 뒤 그 댓글은 지워졌다. 짧은 사과글이 새로 올라왔다. 물론 이 정도는 악플(악성 댓글) 축에도 끼지 않고 마무리도 훈훈한 경우다.
지난해 대검 통계에 따르면 모욕죄 고소사건 수는 2004년 2225건에서 2014년 2만7945건으로 12.5배가량 늘었다. 스마트폰은 참 가까이 있다. 글을 치고 '확인' 버튼 누르는 게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글 올리기 전 한번 다시 읽어볼 시간도 있지 않을까?
최근 트위터가 글자 수를 1만자로 늘린다는 기사에 오른 한 댓글이 많은 공감을 샀다. "하다 보면 말이 술술 나온다. 나중에 창피해서 다 지우고 또 올리고, 지우고, 무한 반복." 인터넷 대인관계 서비스 'SNS'가 시간 낭비 서비스의 줄임말이라는 비아냥도 공감을 얻는다.
공중 화장실에서 변기 뚜껑이 닫혀 있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아예 물부터 내리기도 한다. 두 번 당하고 싶지 않아서다. 인터넷 세상도 이런 공중 화장실같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