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일자리는 양보다 질이다

김원섭 기자
2016.01.15 05:34

최근 정부는 정규직 고용의 유연화를 통한 고용의 양적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노동개혁에는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인 비정규직, 젊은 세대, 중장년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정을 해소할 적극적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더구나 실업에 대한 사회보장은 확대되기보다 오히려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실업률은 4.6%, 청년실업률은 11.1%다. 일단 실업률만 보면 우리나라의 실업문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없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은 OECD 회원국들의 평균인 6.6%에 비해 아직은 낮은 편이다. 고용의 다른 지표인 고용률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15세에서 65세까지 근로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5년에는 66%였다. 이는 OECD 평균고용률인 65.8%에 접근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고용상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고용의 문제점은 일자리의 양보다 질에 있다.

우리나라 고용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의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이다. 고려대 노동대학원의 김유선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근속연수 1년 미만 고용의 비율이 35.5%에 달해 OECD 평균인 16.5%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기간제, 시간제, 파견제 등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고용의 약 절반인 44.6%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매우 낮아 다른 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안한 노동은 비정규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제외하면 민간기업의 정규직조차 고용은 불안하기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로 알려졌고 이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사오정’은 이제 옛말이 됐고 20대와 30대 초반의 신입사원조차 조기퇴직의 불안에 노출됐다. 이렇게 불안한 고용구조에서 가장 큰 희생자는 직장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청년들, 퇴직한 중장년, 영세자영업자들, 경력단절여성 등의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저임금과 불안한 노동을 비자발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이에 반해 고용불안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들은 매우 허약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우리나라는 고용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매우 약한 나라다. 정규직의 해고제한이 OECD 32개 회원국 중에서 22번째로 약한 나라로 분류됐다. 또한 고용불안에서 마지막 보호를 제공해야 하는 사회보장제도도 여전히 취약한 형편이다.

만연한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용안정성을 증대하는 법적 조치들이 강화돼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은 보다 제한돼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상당히 인상할 필요가 있다.

복지제도 정비도 역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수준은 일급여 상한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구직급여는 근로기간의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의 원칙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젊은 세대가 생존을 위해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저질의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노동개혁은 고용불안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생각된다. 노동개혁에 대한 보다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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