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서 전셋집 구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공인중개소 사이를 하루종일 오가며 발품을 팔아도 "반전세도 없는데 세상에 무슨 전세냐"는 불퉁거림이 돌아오기가 일쑤다.
이른바 전세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세입자들의 마음은 고달프다. 자기 집은 따로 있으면서도 한달에 월세 몇백만원을 대수롭지 않게 지출하는 고급(?) 세입자 분들께서는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전세 세입자 대다수는 월세가 무섭기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뻔한 벌이에 돈 나갈 일은 늘어만 가는데 월세로 또 돈이 빠져나가면 내 집 마련은 더한 언감생심이 돼버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전체 임대 아파트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9.4%까지 상승했다. 전월세 사는 10명 중 4명이 월세를 내고 사는 셈이다. 여기에 보증금이 없어 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는 순수 월세 세입자까지 더하면 월세 비중은 한참 더 올라간다. 누구는 전체 세입자의 절반이 월세 사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문제는 월세 부담이 주거비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월평균 주거비는 월 7만4227원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월세는 꼬리 보일세라 줄기차게 달려나가는 모양새다.
집은 나와 가족의 포기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삶의 터전이다. 벌이는 뻔한데 월세 부담이 커지면 먼저 먹고 입는 것을 줄일 수밖에 없다. 월세 때문에 아이 학원 안 보낼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내 자식이라도 많이 배워서 세입자가 아닌 집 주인이 돼야지 않은가?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세 세입자 10명 중 7명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월 임대료 수준으로 '30만원 이하'를 꼽았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면 요즘은 고시원에 사는 대학생마저 코웃음을 친다. 고시원마저 월 40만~50만원이 기본이다.
전세시대가 기울고 월세시대로의 진화가 불가피한 사회현상이라면 그에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는 전세대로 가격이 오르고 월세는 월세대로 임대료가 뛰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국민의 반이 넘는 세입자의 삶의 질을 위협하고 노동 의욕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대통령마저 전세 종말을 공공연히 말하는 시대, 어차피 월세를 살아야 하는 세입자들이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임대료 대책이 필요하다. 전세 종말이 대세라는데 정부 정책은 여전히 전세시대를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