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망구축 의무비율 강화, 누구를 위한 정책?

이하늘 기자
2016.03.25 03:00

지난 1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파수 경매 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경매에 나온 주파수 가운데 광대역, 혹은 광대역화가 가능한 주파수를 할당받은 기업은 1년 내 1만5900개(15%), 4년 내 6만8900개(65%)의 기지국을 세워야 한다. 망 구축 의무 비율이 이전(5년내 30%)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 같은 망구축 의무 강화가 경제 활성화와 ICT 생태계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통신사들이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장비업체들과 부품업체, 설비 구축업체 등 관련 생태계 산업에 활력이 돈다. 주파수만 확보한 채 방치하는 것은 효율적인 국가 자원정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사들이 단순 시기별로 기지국 설비 투자비율을 의무화한다면 결국 이용자 통신요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일 주파수경매 토론회에서 통신3사는 한 목소리로 망 구축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을 토로했다. 복수의 학계·시민단체 인사들도 “경매 과정에서 통신사들이 과도한 자금을 투입하면 통신요금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래부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통신 기업들은 정부의 강화된 기준에 맞춰 기지국 설비 확충에 나서야 한다. 미래부는 “기지국 설비가 확충되면 전국의 모든 이용자들이 어느 지역에서나 향상된 LTE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동통신 품질이 좋아지면 결국 국민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선인터넷 속도 향상에 대한 다수 이용자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이용자들은 속도는 지금도 충분하니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경매 이후 통신3사는 각각 1개씩의 광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매출 성장세가 꺽인데다 2020년 5G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는 통신사들로서는 결국 망설비에 들인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른 부분에서 비용절감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 경우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 여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마케팅 비용 역시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경제활성화와 ICT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이용자 통신비 부담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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