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임직원수 1만3000여명, 같은 해 거제시 인구 25만5828명의 5%를 넘는다. 1인 평균 연간급여는 7500만원. 2013년 거제의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삼성중공업과 함께 거제의 평균치를 끌어 올렸다. 대우조선해양이 망하면 거제경제가 휘청거리게 될 정도로 지역경제와 긴밀히 결합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대마불사인 이유는 또 있다. 수출입은행은 대출금과 이행보증금을 합쳐 8조원을 대우조선해양에 물렸다. 이 때문에 BIS비율이 9%대로 떨어져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5000억원의 출자를 받기로 했다. 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 등이 4조원을 웃돈다. 대우조선해양이 망하면 두 은행이 타격을 받는 공동운명체가 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두 은행이 4조2000억원을 투입한 이유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가 전무해 해외의 계열 조선소 물량을 끌어 와서 메울 정도로 회생이 난망하다는 점이다. 두 은행이 돈을 얼마나 더 퍼부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좀비기업에 실탄을 소진하면서 훨씬 적은 자금이 투입돼도 살릴 수 있던 더 나은 기업에 돌아갈 자원도 사라졌다.
이렇게 되자,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당위론이 거세졌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강연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중 1,2개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불황과 공급과잉이 원인인데 세계경기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으니 공급이라도 줄여야 하고, 3개사 모두 일감부족으로 죽는 것은 막자는 논리였다. 울산과 거제가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공장문을 닫으면서 비운의 도시가 된 스웨덴의 말뫼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이 에둘러 말했지만, 대형사 중 구조조정의 일차적 대상은 1989년, 2000년에 이어 산업은행이 세 번이나 혈세를 집어 넣은 대우조선해양이 될 수 밖에 없다. 회사 문을 닫지는 않더라도 도크 일부를 폐쇄하거나 방위산업용 특수선만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공급능력을 축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급했듯이, 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이유로 몇몇 중형 조선소도 경제적, 정치적 파급효과가 커서 죽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에게 기업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이처럼 그가 마주한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게다가 시기도 좋지 않다. 정권 초반에 힘이 있을 때 해도 제대로 될까 말까 한 게 구조조정인데, 총선 뒤 여소야대로 정치 지형이 바뀌었고,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급전직하중인 시점이다.
해당 기업과 노조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저항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정치권의 경우 노조 편을 드는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도 장벽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현대중공업을 찾아 “쉬운 해고나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단적인 예다. 그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노조는 채권단이 상선사업을 접자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총선에서 공개적으로 김 대표 지지를 표명하며 그의 도움을 청했다.
시간도 부족하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정치권은 대선모드로 들어간다. 정치권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 뿐만 아니라 울산(현대중공업), 창원(STX조선해양), 부산(한진중공업), 통영(성동조선해양), 사천(SPP조선)의 표를 저버릴 수는 없다.
대량 실업과 지역경제 침체, 은행 등 금융권 부실채권 증가, 일시적 성장률 저하 등 구조조정의 후유증은 불가피한데, 3% 성장률을 지키려는 정부가 이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유 부총리의 발언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선 뿐 아니라, 해운, 철강 등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에서 대마를 죽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나라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