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프라임은 장밋빛?..10년 뒤 '공구론' 막으려면

채원배 부장
2016.05.10 04:05

'인문대의 위기'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가 논다)' '문송(문과 나와서 죄송합니다)'.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식상한 단어들이다.

인문대의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도 인문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 한때 최고 인기였던 '로스쿨과 MBA(경영대학원) 졸업'이 고소득 일자리를 보장하던 시대도 끝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미국 로스쿨과 MBA 입학자가 최근 감소세라고 한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우리나라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지속됐지만 보수적인 대학사회에서 자발적인 구조조정은 추진되지 않았다. 결국 교육부가 6000억원에 달하는 예산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 유도에 나섰다. 이름하여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사업'. 지난 3일 프라임사업 지원 대상에 총 21개 대학이 선정됐다. 이중 수도권에 있는 대학은 5곳에 불과했고, 지방대가 16곳에 달했다. 프라임사업 선정을 앞두고 머니투데이 교육 담당 기자들에게 제보가 쏟아졌는데, 학내 반발이 심한 대학들은 대부분 떨어졌다.

프라임 사업은 대학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21개 대학 전체 입학 정원의 11%인 5000여명이 공학계열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3년간 거액의 예산을 지원받는 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은 요즘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각 대학은 저마다 ICT(정보통신기술)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에 중점을 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들 대학이 제시한 방안을 보면 장밋빛 일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공학계열의 과잉 인력 현상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계추를 10여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2년 서울대 공대는 입시철을 앞두고 이공대 기피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홍보책자를 처음 발간했다. 당시 서울대 공대의 정시모집 지원율은 모집정원의 1.3배에 그쳤고, 1차 등록률은 81.7%에 머물렀다. 외환위기 후 과학기술자들이 먼저 회사와 연구소를 떠나야 하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지속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0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2007년의 경우 서울대 학사편입학 전형에서 공대와 농생대가 미달되기도 됐다. 지금에 와서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프라임 사업을 통해 'ICT강국'과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신화의 대명사가 된 실리콘밸리도 부침이 심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기자가 2010년 초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을 때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터널을 간신히 빠져 나왔고, 당시 그 곳에서 만난 일부 전문가는 생존을 걱정했다. 그 후 실리콘밸리는 호황을 이어가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품론이 나오고 있고, 일각에선 앞으로 10년간 추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현 상황에서 보면 공학 계열 중심의 대학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라임 선정 대학이 공학계열로 재편한 후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는 앞으로 5년 후다. ICT와 과학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대학이 이를 제대로 좇아가면서 학생들을 전문 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프라임'이란 주사위는 던져졌고 앞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이 대학에 들어간다. '5년 후 프라임 사업이 눈 먼 돈이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교육부는 사후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시험 족보'라는 단어가 대학에 남아 있는 한 'ICT 강국의 전문인력 양성은 요원하다'는 점을 각 대학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10년 뒤 '공구론(공학계 졸업생의 90%가 논다)'이라는 말이 절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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