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000'짜리 석박사를 어디에 써야할꼬

송정렬 부장
2016.06.03 06:00

[송정렬의 Echo]

#오래된 우스갯소리 하나. 여성들이 데이트할 때 가장 싫어하는 남성들의 이야기 주제는? 3위는 군대 이야기다. 2위는 축구 이야기다. 그렇다면 1위는? 바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고 한다.

술자리의 단골 소재인 군대 이야기를 대한민국의 정치사회구조 방정식에 대입하면 가장 폭발성있고 민감한 이슈로 바뀐다. 자칫 싱거울 것 같았던 1997년과 2002년 대통령선거. 그 판도를 드라마틱하게 뒤흔든 것은 병역비리 의혹 ‘한방’이었다. 여론조사에서 50%를 훌쩍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대세론까지 형성했던 유력후보 이회창은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넘지 못하고 두차례나 눈물을 흘려야했다. 그 경험칙상 ‘병력비리 의혹’이라는 유령은 선거시즌마다 정치권을 배회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에 따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며, 남성은 누구나 평등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해야한다(물론 여성도 자원자에 한해 병역의무를 질 수 있다). 군입대의 숙명을 타고난 그 남성은 누군가의 자식이며, 또 누군가의 오빠나 동생이다. 결국 병역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이 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유명 연예인이나 고위층자제들의 병역비리사건은 이런 국민정서적 신성불가침 영역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배신행위다.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폭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병역에도 특별한 예외가 존재한다. 이른바 병역특례라고 불리던 제도다. 정부에서 지정한 중소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 또는 제조생산인력으로 일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산업기능·전문연구요원 등 병역대체복무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73년이다.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걸음을 내딛은지 4년이 흐른 후다. 그동안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비리도 있었지만, 이 제도가 43년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이 국방력을 좌우한다’라는 명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국방부가 그 벌집을 쑤셨다. 오는 2023년까지 산업기능·전문연구요원 등 이공계 대체복무제를 폐지키로 하고, 그 계획을 각 부처에 전달했던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들, 중소기업계, 국회, 심지어 유관정부부처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마치 방침이 확정된 것처럼 오해되어 필요 이상의 논란이 일고 있다”며 한발 빼는 모습이지만,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는 거세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학사 이하 대상인 산업기능요원 1만7092명, 석사 이상 전문연구요원 6164명이 전국의 중소기업과 연구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산업기능요원은 평균연봉 2064만원을, 전문연구요원은 3190만원을 받으며 1조87억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를 창출했다. 사병연봉 213만6000원(상병 기준)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몸값?)이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연봉 3000만원대 석박사인력을 쓸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대체복무제다. 중소기업계에서 인력난 심화, 연구개발 경쟁력 약화 등 아우성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가 대체복무제 폐지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건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한 병역자원절벽 때문이다. 실제로 병역대상인 20세 남성수는 현재 약 35만명에서 2023년 25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껏 2만명의 대체복무 폐지가 병역자원 감소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언발에 오줌누기다. 국방부가 대체복무 폐지 카드에 집착하는 건 병력수 유지를 통해 장성 등 장교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는 웃지 못할 분석도 제기된다.

미래전에선 ‘머릿수’가 아니라 무인화, 사이버, 초고도 기술이 승패를 좌우한다. 북한의 위협은 100만명의 병력이 아니라 핵무기다. 거스를 수 없는 병력자원 감소에 고민하기보다는 수조원의 혈세를 잡아먹는 각종 국방비리의 뿌리를 뽑는 것이 국방전력 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병법에서 전략이란 본질적으로 미래라는 불확실한 영역에 대한 예측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대체복무제 폐지 계획에 대한 전방위적인 융단폭격이라는 한치 앞의 상황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국방부의 전술능력은 낙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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