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말정산' 파동과 닮은 미세먼지 대책

세종=김민우 기자
2016.06.03 06:01

“연말정산으로 국민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국민께 어려움 드리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2014년 1월 연말정산 파동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감표명을 한 그날 오후. 기획재정부는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의 근로자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연말정산 수정은 없다”고 했다가 이를 철회한 것이다. 그 결과 면세자 비율이 32%에서 48%로 높아졌다. 전체 근로자 2명중 1명은 세금을 안 내게 됐고 그만큼 세수가 줄었다. 정확한 원인 진단 없이 대통령 발언에 맞춰 부처 자체 분석 결과를 뒤집었던 결과다.

미세먼지 대책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을 주문한 뒤 관련 대책들이 쏟아졌다. 발생 가능한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만들어놓은 기존의 계획들은 일순간에 바뀌었다.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를 없애거나 LNG 발전소로 대체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는 화력발전소가 10여기.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보면 ‘폐지’가 계획된 석탄화력발전소는 2기에 불과했었다.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발전소 가동을 전제로 전력수급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전력수급계획을 모두 뜯어 고쳐야 한다. 정부가 대체하려고 고려중인 LNG발전소는 발전단가(㎾h당 157원)가 석탄(73원)의 2배가 넘는다. 그런 까닭에 지난해 전국 LNG 발전소 평균 가동률은 40%를 밑돌았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전력거래소에서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LNG발전을 확대하면 발전단가가 높아지고 전기요금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정책을 폐기하고 정반대의 정책을 시행해야 할 때는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다시 따져 봐야 한다. ‘환경부가 애꿎은 경유차와 고등어를 괴롭힌다’는 세간의 비아냥을 정부는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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