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인의 생명·존엄 지키는 노인인권정책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2016.06.16 04:20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노인 학대의 심각성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노인 학대는 매년 증가 일로에 있다. 지난해는 한 해 동안 1만1905건, 전년 대비 12.6% 늘어난 노인 학대가 신고됐고 이 중 학대로 최종 판정된 사례도 3818건으로 1년 전보다 8.1% 늘었다.

태어나는 아동의 수가 여간해서 늘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매년 노인의 수는 꾸준히 늘면서 학대 사례도 함께 늘어나는 측면이 있지만, 노인 학대 증가의 원인을 그저 인구 증가로만 돌릴 수는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의 상당한 기간을 가족이나 시설의 부양에 의존해야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으며, 살기가 팍팍한 가운데 부양 부담을 떠맡아야 하는 자식 세대의 스트레스가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부양을 꼭 감당해야 할 책무로 여기지 않는 세태 변화도 원인이다.

노인 학대도 아동 학대와 마찬가지로 신체적 폭력은 물론 정신적 폭력, 방임 등을 포함한다. 학대로 판명되는 사례의 대다수가 가정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그러나 노인 학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동 학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학대 피해자인 노인은 아동이 아닌 성인이다. 이에 따라 사건 해결 과정에서 아동학대의 경우 피해 아동 보호가 최우선 관심사라면, 노인 학대는 피해자인 노인 보호와 함께 당사자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수반한다.

가령 스스로 의식주나 의료처치 등 최소한의 자기 보호를 하지 않는 '자기방임'이 노인학대에선 주요 유형 중 하나다. 또 가족이 가해자인 경우 노인들은 학대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 신고를 주저하거나,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고는 다시 학대를 받는 악순환 사례도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두 번째로 요양 시설에서의 노인 학대 해결책은 아동 시설과는 다른 맥락에서 보다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거동이 어렵고 치매를 앓는 노인들을 돌보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고, 자칫 신체결박·폭행·위생불량 등의 학대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특히 이 같은 시설 내 학대는 발견 및 노인들의 자발적 신고가 어렵거나, 노인들 스스로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노인 학대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인 학대 신고 의무를 갖는 직군을 늘리고, 경로당·돌봄사업 등과 연계해 지역사회가 학대를 찾고 예방하는 체계를 구축하며, 발견된 학대는 신속하게 개입해 피해 노인을 보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가해자에 대한 교육·상담과 심리적 치료를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와 함께 자기방임 등 다양한 학대 유형에 대응하기 위해 후원·돌봄 등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엇보다도 노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홍보를 계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시설 학대 방지를 위해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평가·점검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규율이 필요하다.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오는 12월 30일부터는 학대 행위자의 시설 취업을 제한하고 종사자의 학대 행위를 가중 처벌하며, 학대 시설과 종사자의 명단을 공표한다. 동시에 시설 종사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처우 및 업무 환경 개선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World Elder Abuse Awareness Day)'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고령화·노인 인구 증가·수명 연장·부모 부양 가치관의 변화를 겪고 있는 만큼, 다른 어느 국가보다 노인 인권·학대 문제를 고민하고 해답을 내놓아야 할 절박한 숙제를 안고 있다.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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