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진실하라, 복지부!

강기택 경제부장
2016.06.22 06:05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는 적어도 ‘맞춤형 보육’에 관한 한 '무능하다'.

복지부가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해 7월1일 시행하려고 하는 ‘맞춤형 보육’에 대한 정책저항이 격렬하고 잡음이 무성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맞춤형 보육’은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을 부모의 맞벌이를 하냐 마냐에 따라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으로 나눠서 하는 것이다. 전업맘들은 종일반 신청을 못 하고 워킹맘들보다 보육료 지원도 20% 덜 받게 된다.

수입 감소를 우려한 어린이집들은 집단휴원을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업맘들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 않은 채 ‘집에서 애나 보라’는 복지부의 전근대적 여성관에 마음이 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정부에 7월 시행을 합의해 준 적 없다’며 전

면 재검토와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가 2012년 3월 전 계층에 일괄적으로 실행했던 정책을 수정하려는 건 그 부작용 때문이다.

모든 아이에게 종일반 보육료를 줘 지나치게 어린이집 이용이 증가했고,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못 맡기는 일이 벌어졌던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애초 정책설계를 잘못한 탓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맞춤형 보육 관련 어린이집과 학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이란 글을 보면, 종일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전업맘들이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는 엄마'들이라고 나무라는 것처럼 보인다.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이 “안 보내면 손해”라는 생각에 부모와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대부분의 아이를 어린이집에 전일제로 보내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영국, 스웨덴, 호주, 일본 등에서는 전일제는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부모와 애착관계 형성’보다 ‘안 보내면 손해’라는 생각이 더 들도록 한 제도를 만든 건 복지부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제도를 만든 적이 없다는 걸 모르고 제도를 만들었던 ‘무지’나 ‘안일’도 복지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어린이집 수요를 폭증시켜 어린이집의 공급과잉을 부추긴 것도, 그 결과 어린이집의 질적 저하를 야기한 것도 복지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복지부가 맞춤형 복지에 대한 세간의 몇몇 문제제기에 대해 ‘오해’라고 하지만 납득되지 않는다.

‘맞춤형 보육이 보육예산 삭감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보육료 예산을 1083억원 증액했다고 했다. 보육료도 6% 인상된다고 했다.

이는 복지부가 종일반과 맞춤반의 비율을 8대2라는 전제를 깔고 계산한 수치다. 맞춤반이 생기면 그만큼 예산은 절감될 법한데, '어린이집 수입이 는다'는 것이다.

종일반과 맞춤반 비율이 5대5가 돼도 어린이집의 보육료 수입이 지난해보다 많아진다는데, 이 논리대로라면 ‘맞춤형 보육’의 목적은 어린이집 오너의 수입증대를 위한 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20%를 맞춤반으로 돌리자고 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일까? 복지부는 어떤 근본적인 이유도 내놓지 못한 채 '해야 한다'는 ‘당위’만 말하고 있다.

‘맞춤형 보육’의 본질은 복지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잘못된 제도로 인한 과잉복지와 예산낭비, 부조리 등을 바로 잡는 것이어야 한다. 난립했던 어린이집도 정리해야 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나 비용도 치러야 한다.

그런 까닭에 맞춤형 보육은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이해 당사자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정을 거쳐야 한다.

복지부는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된 후 ‘예산집행을 위해’ 중앙보육정책위원회, 간담회, 설명회 등을 열었다고 했지만 정작 예산 확정 전에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복지부는 ‘편성된 예산을 정당하게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했지만 그 전에 ‘대다수 침묵하는 학부모들’과 국민들에게 정책실패를 사과하고 맞춤형 보육의 실제 취지와 본질, 목적, 효과 등에 대해 밝힐 의무도 있다.

그 일은 정진엽 장관이 직접 나서서 해야 한다. 이런 절차와 과정을 거친 뒤 ‘정당한 집행’을 해도 늦지 않다. 유능하지 못하면 진실하기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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