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군사 호위' 유엔 결의안 부결…중국 "과거 실수 잊지 말라"

'호르무즈 군사 호위' 유엔 결의안 부결…중국 "과거 실수 잊지 말라"

김종훈 기자,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4.08 06:14

중국 "리비아, 홍해 사태 교훈 되새겨야"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국 대사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국 대사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호르무즈 해협 항행 보장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유엔(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중국은 "과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유엔이 무력 개입을 허용할 경우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등 보도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7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이 호르무즈 해협 항행 보장을 위해 선박 호위 등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한 탓이다.

부총 주유엔 중국 대사는 반대 표결 후 "미국이 이란 존립을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이 시점에서 (결의안이 통과됐다면) 적대행위는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며 "리비아와 홍해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기고 과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부총 대사가 말한 리비아 사태는 2011년 무아마르 알 카다피 리비아 전 총리의 독재 시절 유엔이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결의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카다피 전 총리가 공군을 동원해 민간인을 학살하자 유엔은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리비아 전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또 민간인 보호를 위한 공습을 허용했다.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유엔 결의안을 빌미로 리비아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후 리비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혼란에 빠졌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악용한 사례라면서 리비아 안보리 결의를 지속적으로 비난해왔다.

홍해 사태는 미국, 영국이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을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예멘 본토를 공습한 것을 가리킨다. 예멘 본토 공습도 후티 반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후티 반군은 이란 전쟁에서도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바실리 네벤지아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이 통과되면) 미국, 이스라엘에 침략 지속을 위한 무제한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에 이란 측 대사는 중국, 러시아의 반대 표결은 합당한 판단이라고 평했다.

결의안을 제출한 바레인 측은 "국제사회가 이란의 경제적 협박을 방치한다"며 "평화와 안보 유지를 책임지는 국제기구가 아무런 조치 없이 국제 수로에 대한 위협을 방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국 대사도 "러시아, 중국은 이란이 세계 경제를 총칼로 위협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AP통신은 이날 부결된 호르무즈 해협 결의안은 초안에서 상당히 수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안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저지하기 위해 각국이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 군사 행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대로 제출하면 이란 우호국으로 꼽히는 중국,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중국, 러시아를 기권시키는 것을 목표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방어적 수단만 취할 수 있다는 쪽으로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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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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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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