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현기증 나는 사드 비행

채원배 부장
2016.07.14 13:36

돌고 돌아 경북 성주였다. 칠곡, 평택, 양산을 돌아 결국 종착지는 성주였다. 현기증 나는 비행이 아닐 수 없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얘기다. 자고 일어나면 지역이 바뀌었다. 칠곡·성주군이 지역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칠곡 넘어가니까 또 성주가 나왔다. 아이고 죽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는 돌고 돈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사드 배치의 최적지는 성주였던 것으로 보인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군산은 사실무근이고, 그간 언급된 음성이나 칠곡, 원주, 평택 지역은 후보지로 선정되지도 않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처음부터 경북 성주를 최적지로 판단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방부의 '모르쇠'와 일부 언론의 오보가 닷새동안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럴 바에 지난 8일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부지를 밝히는 게 낫지 않았을까. 국방부는 행정 절차가 남아 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닷새동안 경기와 충청, 영호남의 각종 후보지가 거론됐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결정된 건 없다. 최대한 빠른 시일내 발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민들이 사드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의 이같은 태도는 부정적인 여론을 오히려 키웠다. 국가 안보와 보안을 위해 모든 것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방부의 어이없는 행동은 부지 선정 발표날인 13일 극에 달했다. 오후 3시에 발표한다고 예고해 놓고 불과 20여분 전 일방적으로 발표를 취소한다고 했다가 다시 5분후 예정대로 발표한다고 하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성주 군수와 주민들이 서울로 올라오고 있는데, 발표를 하면 예의가 아니고 송구스럽지 않냐'는 의견이 있어 혼선이 생겼다는 게 국방부의 해명이다. 주민들을 그렇게 배려했다면 그 전날 밤이라도 성주로 달려갔어야 했는데, 뒤늦게 주민들을 배려하려 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이다. 한 장관은 13일 밤 국방컨벤션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인 성주군민들에게 "성주가 아닌 어디라도 전자파 등에 대한 위험은 절대 없다"며 "사드는 유해하거나 문제가 있는 무기체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가 배치되면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가서 전자파 위험이 있는지 직접 시험해 보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성주 참외'를 누가 먹겠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괴담 또는 유언비어로 돌리려 해도 성주군수까지 "참외 생산기반이 파괴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환경영향성 평가에서 안전하다고 제시한 자료가 미군 측 자료에만 의지하고 있어 주민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사드가 배치된 지형과 우리나라의 지형이 다르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 민간 전문가들조차 사드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들과 성주 주민들에게 '안전하니 믿어라'고만 얘기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의 방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사드가 대한민국의 3분의2를 방어할 수 있다'는 국방부의 분석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사드의 장점이 있는 반면 위험요인도 분명 있다.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방부는 지금부터 사드와 관련된 모든 것을 투명하고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난 성주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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