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생제 내성균과 전쟁을 선언했다. 항생제 처방량을 줄이자는 대책인데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 게 계기가 됐다.
한국의 항생제 남용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병원과 약국이 가벼운 감기에도 항생제 처방을 너무 쉽게 하면서 내성이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자체 진단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올 5월 영국 정부(Jim O'Neill 보고서) 발표는 풍문처럼 전해오던 항생제 공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영국 재무성 차관 짐 오닐은 항생제 남용이 계속되면 2050년 내성균으로 인한 세계적으로 사망인구가 연간 1000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1000만명은 암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820만명을 웃돈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 중 일부에서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생하는데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세균에는 항생제 효과가 먹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항생제 사용이 반복되면 내성 있는 세균만 살아남고 체내에서 증식된다. 항생제가 소용없어지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량이 유난히 높은 나라다. 하루 1000명 중 항생제를 처방받은 인구를 보면 한국은 3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한국과 보건의료 복지와 의약품 사용량이 비슷한 12개국 평균 23.7명을 크게 웃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정부 대응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영국(2013.9)이나 미국(2015.3), 일본(2016.4) 등은 이미 국가 행동계획을 수립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가별 대책 마련과 국제공조를 촉구한 것도 지난해 5월이다. 항생제 처방을 제도적으로 줄이게끔 하는 정부 노력이 진작에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은 지나친 게 아니다.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자성 노력 때문인지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73.3%에서 지난해 44.0%로 감소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데 세균 잡는 항생제를 감기약에 처방해왔던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최근 4년 사이 44~45%로 제자리에 머물렀다.
항생제 남용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건 건강보험제도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2013년 총 약품비 11조8505억원 중 항생제 비용이 1조1769억원(9.9%)에 달했다. 항생제를 수익원으로 인식하는 건 아닌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항생제 처방률 인센티브 제도를 개정했다. 동네 병원들을 대상으로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를 적정하게 처방하거나 과도하게 처방했을 때 진찰료의 1%를 인센티브로 주거나 삭감하던 것을 3%로 기준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면밀하게 감시하고 적극적인 국민 계도 활동을 벌여야 한다. 작은 기침에도 감기약을 습관처럼 처방받는 문화도 바꿔야 한다. 영국 정부 예측처럼 2050년에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에 달할 때 한국인 비중이 1, 2위에 오르내리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