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탈의 중' 이순신 동상과 정부3.0 앱

김희정 기자
2016.08.24 03:57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사진=행정자치부

2010년 11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던 광화문 광장에 때 기막힌 가림막이 나타났다. 동상이 있던 자리에 ‘탈의 중’이라는 문구가 적힌 드레스룸이 설치된 것. 동상을 세운 지 42년 만에 보수차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대신해 만든 것이었다. 가림막은 순식간에 이슈가 됐다. ‘광고천재’라 불린 이제석씨의 작품이었다.

참신하지만 워낙 파격적인 발상이라 서울시 내부에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고심 끝에 하루만 설치하기로 했으나 시민들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가림막은 한동안 이순신 장군을 대신해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었다.

신은주 저자의 ‘정책홍보 잘하는 법:How To Execute Policy PR Best’에 소개된 정책홍보 사례다. 당시 ‘탈의 중’ 문구가 적힌 가림막 홍보를 맡은 공무원은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전까지 밤잠을 설쳤을 터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능멸했다’는 비난은 물론이고 모난 돌이 정 맞는 시범사례가 될 수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혹시 모를 비난을 우려해 몸을 사렸다면 정책홍보 역사에 획을 그은 것으로 회자 되는 이 기막힌 가림막은 시민에게 공개되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를 초월해 정부의 정책홍보는 이래저래 필수불가결하다. 더 많은 국민이 더 빠른 시간에 보다 확실히 정책을 인지하고 그를 따르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홍보의 골자다. 불행히도 최근 들어 이순신 장군 가림막 같은 ‘센스있는’ 정책홍보 사례는 많지 않다. 기막힌 센스로 미소를 자아내기는커녕 관치의 때를 벗지 못해 반감을 가져오는 사례도 있다. 지난 19일 출시된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이 대표적이다. 정부3.0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194개 정부 서비스를 한데 묶어 선보인 앱이다.

행자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에 이 앱을 다운로드 목록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상 선탑재시켰다. 취지는 좋았다. 수많은 정부서비스 중 내게 맞고 필요한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 정보를 습득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방법이다. 포장이 잘못된 정책이나 활동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반감을 가져오게 된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팔을 비틀어 촌스러운 앱을 국민에게 강요한다는 비판이 정부로 향하고 있다.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에는 취지를 알리고 공감대를 구하는 과정이 생략됐다. 이는 개방과 소통이란 정부3.0 모토에도 어긋난다. 갤럭시노트7은 ‘예약판매 45만대, 출시 3일간 25만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3일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의 다운로드 횟수는 고작 500건에 그치고 있다.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는 정책홍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명품 스마트폰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이 바라는 정부 서비스의 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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