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국민이 왕'인 왕국, '국민이 봉'인 한국

임동욱 기자
2016.12.13 06:47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풍파 속에서 기업들은 "사업할 맛이 안 난다"고 한다. 국민들도 세금낼 맛 안 나는건 마찬가지다. '촛불'을 든 국민의 목소리대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안이 가결됐지만, 아직 입맛은 쓰다.

주말 촛불집회를 보며 문득 지난달 방문했던 두바이가 떠올랐다. 왕정국가인 두바이는 사실 대한민국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몇 가지가 있었다.

두바이에 도착하자 첫 눈에 들어온 것은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의 대형 초상화. 왕정국가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현지에서 그의 얼굴 말고도 자주 접하게 된 것은 생뚱맞게도 '말' 그림이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이번 게이트에서 '말'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세이크 무하마드는 소문난 '승마광'이다. 스스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10여 차례 우승했고, 세계 최고 승마대회인 '두바이 월드컵'를 주최하고 있다. 그의 둘째 부인이자 실질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요르단 공주 출신의 하야 공주도 2000년 시드니올림픽 장애물비월경기에 출전한 승마선수다. 두 사람의 첫 만남도 승마 관련 행사에서였다. 그녀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승마협회(FEI) 회장을 맡았고, 지금은 명예회장이다. 이쯤 되면 '승마 스포츠'에 '비선실세'가 끼어 들 틈은 없다. 말에 대한 한치의 애정도 능력도 없는 무뢰한들이 분탕질쳤던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간판도 눈에 띄었다.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석유자원이 빈약한 두바이는 외국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외국자본 100%기업의 인가를 비롯해 법인세 50년 면제, 개인 소득세 면제, 자본 및 이익의 자유로운 국외 송금 등을 보장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기업가는 "날씨가 덥다는 것만 빼면 이곳에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곳 정부가 기업에게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고용'이다. 사막 한복판에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각종 혜택을 받은 기업들도 먹거리를 찾아 '빡세게' 뛸 수 밖에 없다.

이곳은 '불평등'의 국가다. '인맥'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리기도 하고, 왕족·귀족 등 사회적 계급이 존재하며 신분에 따라 차량 번호판도 달리 주어진다.

하지만 이곳 국민들에겐 적어도 '헬조선' 같은 말은 없다. 국민이 태어나면 국가는 의료비, 육아비용 뿐 아니라 해외 유학비용, 체제비, 심지어 휴가비까지 챙겨준다. 학업을 마친 뒤 직장, 주거 등도 국가가 제공한다. 사회주의 같은 강제성도 없다. 군림하는 왕이 있지만 실제로 '국민이 왕'인 나라다. 국민들도 이 지도자를 '리더'로 존중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해주면 '부작용'도 있다. 힘들게 일하기 싫어한다. 두바이 공항 입국장의 대기줄이 비상식적으로 긴 것도 이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반대다.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왔지만 권력은 '분노'만 되돌려 줬다. 다음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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