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가짜 뉴스와 그 방관자들

나윤정 기자
2017.01.24 05:30

[우리들이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가짜 뉴스'(fake news) 사이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출처 엔딩더페드, 페북 공유·댓글수 96만건) "위키리크스, 클린턴이 이슬람국가에 무기 판매 확인."(더폴리티컬인사이더, 78만9000건) "클린턴 이메일 용의자 FBI요원, 아내 죽인 뒤 자살한 채 발견."(덴버가디언, 56만7000건)

지난해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가짜 뉴스'(fake news)들이다. 이 가짜 뉴스들은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공격받았을 정도다.

사회적 비난이 계속되자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대책을 발표했다. 가짜 뉴스를 더 쉽게 신고할 수 있고, 외부 팩트체킹 전문 기구가 가짜 뉴스로 판정한 게시물에 '혼란을 주는 스토리'라고 표시하며, 가짜 뉴스 게시자는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결국 가짜뉴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페북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도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 필터링 서비스를 도입했다. 가짜 뉴스 1건당 50만유로의 벌금을 물리거나 책임자는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의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체회의에서 하태경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주장한 북한 노동신문 관련 뉴스 내용이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기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도 가짜 뉴스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가 유엔법 위반이란 가짜뉴스를 안희정 충남지사가 사실처럼 언급해 혼선을 빚었다. 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가짜 노동뉴스를 인용,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세력 선동에 휘말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가짜 뉴스라 해도 안 믿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가짜 뉴스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클릭하고 공유해 공감한다는 것이다. 버즈피드 분석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미국 선거일 전 3개월간 공유된 가짜 뉴스는 870만건인데 이는 진짜 뉴스 공유횟수인 736만건보다 많다.

게다가 포털과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력이 급증한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는 가짜 뉴스의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범위가 넓어져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가짜 뉴스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선 어디서 누가 어떻게 생성했느냐보다 '전파'와 '공유'를 막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이를 SNS로 공유한다. 네이버(55.4%)와 다음(22.4%)의 인터넷 뉴스 이용 점유율이 80% 가까이 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2015년) 이런 포털이 가짜 뉴스의 확산 통로 역할이 되는 현실을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

영국 옥스퍼드사전은 '가려지고 왜곡된 진실'을 뜻하는 '포스트-트루스'(post-truth)를 2016년 단어로 선정했다. 객관적인 사실보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신념과 감정이 더 힘을 발휘하는 혼란의 시대인 지금, 가짜 뉴스 감시 및 강화를 위한 포털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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