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이직 3년째를 맞는 김 팀장은 이직 후 없던 병이 생겼다. 바로 금요병이다. 월요병도 아니고 무슨 금요병이냐고? 김 팀장의 병증은 이렇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고 짜증이 난다. 퇴근 30분 전이면 아예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 PC 모니터에 사내 메신저 창이 뜨기라도 하면 갑작스레 심장이 뛰고 호흡이 가빠진다.
김 팀장의 금요병은 그분 때문이다. 꼭 금요일 퇴근 직전 '번개 회식'을 제안하는 그분. 참석은 자유라고 사정이 있는 사람은 빠져도 된다면서도 팀장급 이상 간부 직원 모두에게 무차별 번개 쪽지를 날리는 그분.
금요일이라도 칼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김 팀장, 오늘 안 보이네?" 그 한마디가 두렵다. '저녁만 간단히'를 외치고 시작하는 회식은 매번 기본 2차를 거쳐 옵션 3차로 이어진다. 아니나다를까 지난주 금요일도 그분이 소집한 번개 회식에 참석한 죄로 금요일 귀가시간은 토요일 새벽으로 미뤄졌다.
얼마 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에서 워킹맘의 근로시간 단축을 언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워킹맘의 업무 부담을 임금 감소 없이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워킹맘)라는 한마디가 화근이 됐다. 부모가 아닌 '여성'(엄마)을 말한 것이 문 전 대표의 낡은 육아관을 대변한다는 비판이었다.
서둘러 말실수를 인정하고 육아 책임이 여성이 아닌 '부모'와 '사회' 모두의 것임을 강조했지만 육아에 있어 엄마의 역할을 더 무겁게 여기는 것은 불행하게도 문 전 대표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별종들의 돌출행동으로 바라보는 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남자 부모'도 육아의 의무와 책임을 함께 하는 게 당연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서 아빠의 육아휴직이 일반화된 북유럽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한 프로그램을 방영해 큰 반향을 얻었다. 한손엔 커피를 들고 다른 한손으론 유모차를 밀며 아이와 시간을 공유하는 북유럽의 '라떼파파',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10분이 채 안 되는 한국 아빠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당장 북유럽의 육아천국을 꿈꾸는 건 무리다. 법적·제도적 장치는커녕 사회적 공감대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보자.
김 팀장들에게 최소한의 시간이라도 돌려주자. 금요일 저녁을 부하 직원들과 함께 하며 한주를 정리하고 싶은 그분들, 넘치는 동료애를 주체 못해 평일이든 주말이든 부하 직원들을 찾는 그분들. 부디 그런 애정과 관심은 마음 속에 넣어두시라. 직장 상사의 애정은 평일 근무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예정에도 없던 회식, 그것도 금요일 저녁 번개에 왜 매번 죄진 듯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나요? 퇴근 이후는 제 시간이잖아요. 양해를 구해야 할 사람은 사장님이라고요. 안 그래요 사장님?" 김 팀장의 금요병을 치유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