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청년수당’ 갈등이 520일만에 막을 내렸다.
시기가 좀 미묘하긴 하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추진 계획을 밝힌 건 2015년 11월. 이후 복지부는 청년수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줄곧 반대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이 접점을 찾은 건데, 그 시기가 지금이다.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세월호 인양 시기 만큼이나 말 나오기 딱 알맞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악마의 속삭임이라던 사람들 어디 다 갔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만큼 갈등의 골은 깊었다. 복지부도 이를 의식해 청년수당의 수용 배경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갑자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재했던 입장에선 박 시장의 불편한 심기와 복지부의 해명이 모두 와 닿는다. 정부는 유독 청년수당에 엄격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를 넘어 전체 경제팀 차원에서 청년수당을 비판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당시 “명백한 포퓰리즘적 행위”라고 했다. 범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은 의외였다. 제도적 문제가 있으면 주무부처 차원에서 해결하면 된다. 부총리까지 나설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다. 그 중 하나가 ‘박근혜법’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 제도를 신설할 때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발의한 법안이다. 서울시는 대통령이 과거 발의한 법을 지키지 않는 지자체였다. 범정부 차원의 강경대응을 이런 틀에서 해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복지부도 억울한 측면은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와 협의를 시작한 복지부는 청년수당의 보완을 줄곧 요구했다. 무조건 반대하진 않았다. 구직활동과 연계돼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걸었다. 서울시가 이를 보완해 올해 1월 수정안을 냈다.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논란 끝에 청년수당은 6월부터 지급된다. 사실 좀 허무하다. 청년들의 시간이 아까웠던 만큼 좀 더 빨리 접점을 찾을 순 없었는지. 정부가 반대한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안은 제시했는지, 묻고 싶다. 새 정부에서는 지자체의 다양한 실험이 정부와의 교감 속에 이뤄져야 한다. 양측의 갈등에 피해를 입는 건 청년들과 국민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