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하고 준정부 기관에서 2년간 계약직으로 일한 김영희씨(가명·28세)는 정규직 채용을 기대했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이젠 나이가 걸림돌이 돼 취업이 어렵다는 게 김 씨의 하소연이다.
최근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채용계획을 물어봤지만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곳은 없었다. 대부분 3~4년차 경력직원을 구한다고 했다. 취업 삼수생은 중소기업도 취업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중소기업의 턱없이 낮은 연봉 수준도 문제다. 중소기업의 평균연봉은 3672만원. 평균을 하회하는 2000만원대의 연봉을 제시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3000만~40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부채를 갚기 어렵다.
국세청에 따르면 ‘취업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은 청년들은 전년도 연소득이 1856만원을 초과할 경우 의무상환으로 자동 전환된다. 연소득이 2000만원인 경우엔 연 36만원, 3000만원인 경우 연 190만원씩 의무 상환된다. 직장생활 내내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취업 재수 삼수 또는 학력을 낮춰서라도 고연봉이 보장된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이유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대선후보들의 ‘청년 공약’도 주목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청년 2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면 정부가 3번째로 뽑은 직원의 임금을 3년간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현재 대기업의 60% 수준인 중소기업 취업자 임금을 8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신성장산업 분야 또는 우수기술 보유·개발 중소기업을 선정해 매년 10만명에게 2년간 50만원씩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지지할 공약은 어떤걸까. 업계 전문가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영배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청년 취업은 학자금을 대출해주는 장학재단과 중소기업청, 정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이를 모두 긍정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간 일정금액의 학자금을 갚아주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급여를 지원해주는 대신 같은 비용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아주면 청년 취업자 입장에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 소득이 커지고, 장학재단은 학자금 대출상환이 빨라져 재원 마련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또 중소기업은 필요한 인재 채용이 수월해지고 정부는 소득세, 소비세 등의 수입이 발생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소기업에 취업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직접 지원하자는 것이다. 청년들의 부채부터 청산할 수 있게 도와줘야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이미 이 방안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회입법조사처의 검토를 받았지만 고졸 및 대기업 취업자 등과의 형평성 문제로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금의 청년실업 문제는 이것저것 따질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모두 아우르는 공평한 해법을 찾기도 힘들다. 이제는 청년실업 문제를 청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사안별로 풀어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