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우리는 정치 토론을 할 수 있을까

김주동 기자
2017.04.26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사진제공=pixabay

유명 포털사이트 '최다 추천뉴스'에 낯선 기사가 오른 적이 있다. 어떤 행사가 있었다는 내용의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미담을 풀었다거나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아니었다. 특징이라면 한 종교단체의 행사라는 것. 새삼 종교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종교는 민감할 수 있는 소재여서 기자들도 다루기 조심스러워한다. 뿐만 아니라 친한 사이라도 쉽게 얘기하면 안될 이야깃거리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종교보다 더 얘기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정치다. "어떤 종교 믿으세요?"는 비교적 가능한 질문인데, "어느 정당(혹은 후보) 지지하세요"라는 말은 꺼내기 어렵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정치 얘기가 싫어서 게시판을 옮겼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정치 관련 글이 올라올 때마다 '○빠'라는 편가르기와 비아냥이 난무하는 게 불편해 분위기가 차분한 곳으로 옮긴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샤이' 누리꾼이 적지 않다. 아예 정치 얘기를 금지시킨 인터넷 커뮤니티들도 있다.

인터넷 밖에선 심각한 일도 벌어졌다. 최근 한 대도시에서는 초등학교 동창생끼리 주먹다짐까지 간 끝에 1명이 숨졌다. 대선 관련해 논쟁을 벌이다가 싸움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가족이나 친한 사이일수록 정치 얘기를 피하라는 말은 상식이 돼버렸다. "난 ○○종교를 믿어요"라고 말할 때는 보통 "그러세요" 정도의 상대방 반응이 예상되는데 "난 ○○정당을 지지해요"라는 말은 듣는 이에 따라서 "네? 왜요?" 같은 부정적 반응이 나올까 걱정된다. 종교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잡았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나와 다른 쪽을 지지하는 사람을 수준 이하로 보거나 선악으로까지 나눠 보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토론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나이 한 살까지 따져가며 서열을 정하는 문화, 학교에서부터 묻는 것을 꺼렸던 분위기 등이 원인일 것이다. 몇 차례 열린 대선주자의 TV토론을 보면서도 실망하는 목소리가 크다. 토론 주제와 거리가 있는 네거티브 공격, 상대방의 말과 상관 없는 자기 얘기 하기, 말꼬리 잡기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연히 정책에 대한 논리 공방은 드물었다.

토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함'이다. 자기 얘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듣고 논리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말싸움을 뜻하는 게 아니다. 다른 생각들을 접하며 우리는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상대를 부정하면 대화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보름도 안 남은 대통령선거, 우리는 주변 사람과 좀 더 차분한 토론을 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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